"건망증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 "저 양반, 노망났는가 보네..."
알츠하이머.. 우리말로는 치매.. (이 책을 읽는 초등2학년인 아이는 치매가 정신병이냐고 물었다..)
한 사람은 순간 순간 자신이 살아온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이, 가족도 이웃도 친구도 그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간다. 병인줄 알면서도, 정말 자꾸 자꾸 잊어버려서 그런 것인데도 사람들은 이해가 되질 않기에 자꾸 멀어져 간다.
친지중에 치매란 병을 앓는 이가 없어서 나 자신은 직접적으로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주위에서, TV같은 매체를 통해 본인이나 그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을 접할 수가 있다. 책 속의 할아버지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려 근처에서 헤매거나, 예전에 살던 동네를 찾아가버리곤 하여 가족들의 애를 태우게 만들기도 한다..
치매, 완전히 고쳐질 수 없는 병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담담하게 그 병과 증세 등을 담고 있다.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기억이 조각조각나서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큰 아픔일 것이다.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기억을 되살려 주려 끊임없이 노력할 수 밖에...몸은 곁에 있으되 정신은 다른 곳을 거닐고 있는 듯한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손자... 기억을 모두 잃어버릴까 두려워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 신발을 챙겨 신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자신을 깨닫는 할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끼리 겪었던 행복했던 순간이나 집안의 전통이 서린 물건들을 담아누는 특별한 상자"인 추억상자는 그래서 치매를 겪는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추억상자에는 자신의 기억을 가능한 한 많이 남겨 두고 싶은 할아버지의 소망과 병이 낫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도 함께 담겨 있으리라.. 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물건들을 하나 하나 모아, 추억을 담는 상자에 넣어두면 이 다음에 그걸 보면서 할아버지는 추억을 되살려낼 수 있을까? 그 시간 속에 함께 했던 할아버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일전에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치매기를 보이기 시작하는 한 가족의 엄마 이야기(꽃보다 아름다워)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고 늘 눈물이 났다. 자신이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를 자꾸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가족들의 질책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러서... 그래서 그토록 가슴이 아파서 빨간약을 가슴에 발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