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두껍아 두껍아 옛날 옛적에 1
권문희 글.그림, 김중철 엮음 / 웅진주니어 / 199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끼가 호랑이를 속여 넘기는 이야기는 이런저런 경로로 이미 접하였는데,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이 그림책으로 다시 접하게 되었을 때에도 토끼에게 당하는 호랑이의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내는지 연방 우스워서 깔깔 거린다..(물론 이 부분은 오버액션~~같은 엄마의 공이 필요하기도 하다)

  옛이야기를 살펴 보면 호랑이는 용맹스러움과 신령스러운 존재로 묘사되거나. 자신이 잡아 먹으려던 약자(사람이나 작은 짐승들)에게 속아넘어가는 어리석음을 지닌 동물로 등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후자에 속하는 녀석으로 덩치에 걸맞지 않는 행동까지 한다.  까치 부부에게 "안 주면 올라가서 너까지 잡아먹는다"라고 협박을 하며 새끼를 달라고 하지 뭔가... 그것도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손쉽게 먹이를 구하는 것에 맛을 들인거다!

  매번 금쪽같은 새끼를 내주어야 하는 까치 부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해 보라. 그들이 새끼 한 마리를 주지 않으면 잡아 먹겠다고 위협할 때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 대신 새끼를 내 주었겠는가... 자신들이 죽으면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이 없어 다른 새끼들도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마음 같아서는 '차라리 나를 잡아 먹어라!!!'라고 호랑이 입 속으로 뛰어 들고 싶지만 남은 자식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입장....  결국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마음으로 새끼를 호랑이에게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시 그림에 대해 언급하자면, 표지에서도 보여지듯 호랑이는 민화에서 본 듯한, 해학과 간특함을 지닌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런데 호랑이를 멋드러지게 속여 넘긴 토끼는 어째 얼굴 표정이 개랑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자식을 내어 줄 때 피눈물을 흘리던 까치 부부와 울부짖던 새끼들이 호랑이가 나무에 올라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동안 사무친 울분을 토하듯 날카롭게 째려보는 모습 또한 비교해 보시길....

자신을 잡아 먹겠다고 달려온 호랑이를 토끼가 어떤 방법으로 속여넘기는지 요약해 보자!
벌겋게 단 돌을 맛있는 떡이라고 속여 호랑이의 입 안을 데이게 하고,
물고기 잡게 해 준다고 얼음 구멍에 호랑이의 꼬리를 담그게 하여 가죽을 홀라당 벗겨지게 하고,
참새 잡아준다고 대나무 밭에 가게 해서는 불을 질러 호랑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결국 호랑이는 식탐으로 인해 죽은 것이다.
토끼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먹을 것에 관한 이야기-떡, 고기, 참새-만 들으면 군침을 흘리고, 애초의 목적이었던 토끼를 잡아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지 않는가.... 호랑이의 군침이 땅에 흥건하게 고인 걸 보니 어지간히 떡이 먹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옛이야기도 나왔다 보다..^^;;


아, 위의 장면들에 이르러서는 책에 없는 대사도 한 두개씩 지어내어 들려줘 보자!
아이들이 우스워서 배를 잡고 넘어갈 만큼 감칠나게!!
"야,  토깽이! 떡 아직 안 익었냐? 맛있것다... 오매~ 먹고 싶은거...쩝쩝~"
"아이고, 내 입 다 디었네!! 호랑이 살려~~"
"음.. 꼬리에 물고기가 열댓마리는 붙어서 올라오것지? 크크크~"
"헉! 꼬리가 안 빠져!! 토끼야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것이어!! 으매 내 꼬리 다 빠지것네!!"
등과 같은 말을 행간에 집어 넣어주며 읽어주면 아이들의 배꼽이 달아나는 것을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토끼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 옛이야기를 때로는 잠자리에 누워서  들려주기도 한다.  어떤 날 밤에는 이야기(다른 먹거리와 다른 행동등으로..)를 조금 바꿔 가면서 해주는데 흥에 겨운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날에는 열 번을 넘게 할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옛글씨체를 쓴 것은 좋은데 글씨가 가늘고 흐릿한 감이 있다는 점이다.  엄마가 읽어 줄때는 상관없지만-그림책이야 대개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이가 혼자 읽어 볼 때를 생각해 보면 글씨가 조금 더 굵고 선명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자란 새끼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까치 부부를 보니 그간의 시름을 잠시 잊은 듯 표정이 밝아 보인다. 꾀보 토끼야~ 앞으로 맹활약 부탁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4-08-0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이 실제로 읽어 주시는 것 들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 ^^

아영엄마 2004-08-0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들이 사투리 쓰는 걸 무척 재미있어 하거든요.. 그런데 제 목소리가 조금 아이스러운 면이 있어서 굵은 목소리 내는 것이 좀 엉성합니다.(그리고 목소리가 금방 쉬어서 모든 책을 그리 해주는 못합니다요).^^;

2004-08-05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