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새, 선비의 마음 - 화조화 보림한국미술관 2
고연희 지음 / 보림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그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화에 눈을 빼앗겨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산수화나 화조도의 매력에 한껏 취해 보시면 어떠할까 권해 보고 싶어진다. 바로 우리 땅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동물들의 모습을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림서적이다.  이 책 한 권을 보았다고 한국화에 대한 나의 이해가 깊어졌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수묵화를 그릴 때 이용되는 그림 기법과 명칭-'바림법', '구륵법', '몰골법', '부벽준' 등-이 있단다.

 '먹'에서 나오는 한가지 색을 가지고 -글쓴이의 표현- '몇 번의 붓질'로 모습을 드러낸 새들의 모습을 보면 그 붓질의 오묘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과 먹만 사용하는 수묵화 농담(짙고 옅음)으로 표현해 내는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색으로도 다양한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먹에는 다섯 가지 색이 갖추어져 있다'는 옛말이 인상깊게, 그러나 확연하게 가슴에 남는다.

  책의 특징을 살펴 보면, 특정한 꽃이나 새가 그림의 주제로 선택되거나 부각되어 그려진 사회적인 배경이나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해 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덕분에 그림과 글을 통해 꽃과 새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를 가졌던 우리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림에 적혀있는 싯구를 해석해 주기도 하고, 관련 시를 곁들여 그림을 감상하는 독자에게 운치를 더해 주지 뭔가~. 그 중에서 '닭이 변하여 예쁜 꽃이 되었는데... 구더기를 쪼려고 하는구나'라는 시는 닭의 벼슬과 닮은 꼴과 색을 지녀 그림 속에 같이 등장하곤 하는 '맨드라미'에 관한 유머러스한 시(이규보)이다.

 목차에 나오는 '수선, 모란, 패랭이, 금낭화, 달개비, 맨드라미, 원추리, 백합, 연꽃' 이외에도 매화, 양귀비, 해당화, 옥잠화, 규화(추규) 등의 여러 꽃의 다양한 모양새를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이나 화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새들- 까치, 매, 닭, 백로, 기러기, 학 등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근대기부터 식물 중에 우리가 '사군자-매,난,국,죽'을 높이 사는데 비해, 조선 시대 옛문인들은 연꽃이 군자로 일컫는 꽃이었다는 걸 아시는가? 그림 속의, 꽃잎 끝으로 갈수록 분홍색이 점점 짙어지는 연꽃이 참 이뻐 보인다.

 이 책을 보면서 특히 '심사정'이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니, 결국 그의 그림에 매료되어 버렸다. 앞서 언급한 "꽃과 새"나, "괴석과 풀벌레", "연못의 원앙새", "금계와 매미"등과 같은 그림에서 그의 화풍을 느낄 수 있었다. 
 심사정의 '꽃과 새'라는 작품에서 보여지는 검은 색의 모란을 보면서 검은 먹과 붓놀림 만으로 섬세한 색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니...하는 생각과,  이런 그림들이 그려진 당시에는 색의 농담과 색채가 그대로 살아 있었을테니 얼마나 더 멋있는 작품이었을까 상상해 보니 안타까움마저 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뛰어난 화가들의 그림이 변색(흰색이 푸른 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되거나 손상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 그림 정보에 실려있는, 실물이 소장된 장소들을 살펴보니 박물관들이 많던데 기회가 되면 박물관에 갔을 때 이 책에 실린 그림의 실물을 아이들과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을 듯.... 
 저자는 책에 실린 그림을 '잘 그렸네..'.하는 식의 겉핡기식 감상만 하고 지나쳐 버리지 않도록 감상할 포인트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림을 설명해 주고 있다. 덕분에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그림을 들여다 보고 세세히 관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제별로 그림이 나뉘어져 화가의 활동시기나 연대가 궁금했는데 뒷부분에 연대별로 화가들의 생애를 간략히 설명해 놓은 부분이 있어서 반가웠다. 더불어 페이지가 수록된 ‘찾아보기’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작품들을 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분들께 권할만한 미술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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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4-11-1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진경산수를 빌려서 읽고 있는데... 이 책도 빌려서 보아야겠습니다. 솔직히 값이 비싸서 살 엄두가... 하지만 책을 빨리 보고픈 마음이^^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