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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에 온 손님 ㅣ 콩깍지 문고 1
황선미 지음, 김종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은 곧 비가 내릴 것을 예고하는 듯 먹빛이 번져 있고 강쪽에서 불어 오는 거센 바람은 갈대숲을 뒤흔든다. 풍뎅이를 따라 다니던 금방울은 할머니댁에 가시면서 동생을 잘 돌보라던 부모님 말씀이 생각나 얼른 동생들이 놀고 있을 빈집으로 달려간다. 여우 형제가 둘러앉아 불을 쬐는 난로를 보니 예전에 학교에서 난로를 때던 때가 절로 생각난다. 그림을 그린 이가 살짝 열린 연료 구멍을 통해 보이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도 세심하게 표현해 놓았다. 모락모락 뿜어져 나오는 주전자를 보니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아이와 나누어 마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는 손님, 누군가 문을 '쿵쿵쿵' 두드린다. 이 장면은 마치 '해와 달이 된 오누이'나 '늑대와 일곱마리 염소'를 연상케 하는데, 금방울은 문틈으로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덩치가 문 앞에 서 있으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거기다 문고리를 걸어 놓치 않은 것을 발견한 방울 자매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겠는가.. 이제 막내인 작은 방울은 잠이 온다고 칭얼거리는데 만지작거려야 잠들 수 있는 담요를 빈 집에 두고 왔지 뭔가... 큰 딸아이는 9살이 된 지금도 늘 끌어안고 자는 일명, '만지락 베게'가 없으면 잠이 안온단다. 아이들에게 이런 물건들은 매우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바깥에 낯선 덩치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막내를 위해 담요를 가지러 빈 집으로 향하지만 결국 담요를 가져 오지 못한 금방울은 집으로 도망쳐 오고, 계속 칭얼대는 동생을 위해 다시 한 번.... 과연 빈 집에 들어간 금방울은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아이가 집에 엄마가 없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가면서 조금은 무서운 분위기로 책을 읽어주었다. 표지에 등장했던 아기 오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젠 알게 됬을까? 금방울, 은방울, 작은방울.. 이름이 참 예쁘다. 동화책이지만 그림에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 작품이다. '황선미'라는 작가의 명성을 생각해 볼때 기대했던만큼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금방울의 마음씀씀이가 이름만큼 예쁘게 여겨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