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벤 라이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상상 속의 친구들에 대한 한 소녀의 믿음이 가족과 마들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변화를 감동적으로 그린 이야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책을 읽는 동안 줄거리만 따라가게 하는 작품도 있고, 등장인물의 입장과 상황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애잔한  감동의 추가 가슴 속에 가만히 내려앉는 작품이다.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팔 드림(Opal Dream)>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포비'와 '딩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상상 속의 친구가 존재한다고 믿는 한 여자 아이(캘리앤)가 있다. 작품의 화자로 등장하는 오빠는 그런 여동생을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딸의 친구들이 먹을 음식도 함께 준비해주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진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딸이 못마땅할 따름이다.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형이나 장난감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대하는 것과 유사한,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과정의 일부이다. 캘리앤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이기도 하겠지만 이사 같은 환경적인 변화나 부모의 잦은 다툼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여 위안이 될 대상을 창조해 냈지 싶다.

 엄마와 말다툼을 한 후 아빠는 -엄마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한 계책으로- 포비와 딩언을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처럼 말도 걸고 챙긴다. 그러던 어느 날 광산에 갈 때 포비와 딩언을 데리고 간다고 하고 나가서는 나중에 혼자 돌아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애초에 두 친구의 존재를 믿지 않던 아빠는 이리저리 말을 지어내며 딸을 달래려 할 따름이다. 하지만 캘리앤에게 포비와 딩언은 필요할 때면 불러내거나 그 자리에서 금방 만들어내는 상상 속의 친구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존재이기에 그 말을 믿지 않고 찾아 나선다.

-  이 가족은 오팔 광산이 있는 라이트닝 리지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 중에도 캘리앤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이들이 있다. 그 투명한(?) 친구와 말도 하고, 같이 노는 캘리앤을 이상한 시선으로 대하지도 않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간식거리를 챙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마을 사람의 반이 캘리앤의 두 친구를 찾아 해맨다! 

 그런데 아빠에게도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있다. 땅 속에 묻혀 있을 것이라 믿으며 지난 이 년간 찾고 있는 오팔. 엄마에게는 아빠가 구경도 못해 봤으면서 끊임없이 꿈꾸며 말을 걸기도 하는 오팔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레드 온 블랙(오팔)을 찾아내게 될 것이라 여기는 아빠의 믿음과 포비와 딩언이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캘리앤. 과연 이 두 사람의 믿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할까?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 <난 학교가기 싫어>의 한 장면을 보면, 롤라가 오빠 찰리에게 '소찰퐁이'와 집에서 밥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데, '소찰퐁이'가 바로 롤라의 보이지 않는(상상 속의) 친구이다. -그림 속에 투명한 재질로 소찰퐁이를 표현해 놓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롤라의 분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찰리는 소찰퐁이를 염려하는 동생의 말에 "너희 둘 다" 즐겁게 지낼 것이라며 다독거린다. 이 오누이가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찰리는 동생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해 주는 모법 답안 같은 오빠이다. 작품 초반에 동생을 바보라고 여기며 놀리던 에슈몰도 캘리앤이 친구를 잃은 슬픔에 병에 걸리자 포비와 딩언을 찾는 벽보를 붙이거나 광산에 들어가 찾아 헤매는 등 동생을 위해 애쓴다.

 아빠는 포비와 딩언을 찾는 과정에서 이웃의 오해로 도둑으로 몰려 법정에 서게 되고, 광산에서 딩언의 배꼽(?)을 찾아 낸 에슈몰은 동생을 위해 장례식을 준비한다. 포비와 딩언을 찾기 위해 애쓰던 에슈몰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진실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 판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일상적인 것인지 일깨워주는 장면, 마을 사람들이 캘리앤의 보이지 않는 두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장면 등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우리 삶에 숨은 보석같은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 작품을 보며, 세상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부류와 믿지 않는 부류로 나눈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한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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