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시계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동문사 / 1991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미혼이었는데, 이제 결혼하여 아이 엄마가 되어 다시 읽어보니 그 때와는 다른 생각, 느낌이 든다. 미혼이었을 때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생각들에 찬성하기 보다는 '무엇때문에 자기 멋대로 그렇게 판단해 버리는 거지?', '오히려 일을 더 꼬이게 만들어 버리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그러나 자식을 조금이라도 키워 본 지금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녀가 행했던 일들과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고, 가족을 위해 백방으로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도 어떤 책은 읽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기에 10,20,30,40대... 나이를 먹어가면서 꼭 한번씩은 다시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주인공 매기는 손자까지 둔 중년의 부인으로 친구 남편의 장례식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전 며느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들과 며느리는 헤어졌고, 손녀인 리로이는 며느리가 키우고 있는 상태인지라 길을 떠난 김에 손주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아니 실은 손주와 며느리를 데려와서 아들과 재결합을 시킬 생각을 품고 찾아 가는 것이다. 결국 며느리인 피오나는 전 남편이 아직도 자신을 그리워한다는 시어머니의 말만 믿고 큰 맘 먹고 가방을 챙겨 시댁으로 온다. 여주인공은 정말 가족간의 행복이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만 해석해서-비누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며느리를 달랬었다.

그런데... 정작 시댁에서 조우한 남편 제시는 금시초문인듯이 말을 하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거기다 다른 여자와 이미 관계를 진행시켜 나가고 있는 상태라니... 매기는 좋은 결말을 위해 거짓말도 불사하는 것이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사이에 끼어들어서 오히려 잘못되었다는 식이 되고 말았으니 매기로서도 억울할 노릇이다.  피오나와 제시도 어찌보면 지나치게 젊은 나이에 부모가 되었기에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지 못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매기의 남편 아이러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매기와 수시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른 성격인 지닌 두사람이 만나 몇 십년의 결혼 생활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자식과 달린 부부는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책 속에서 실제로 흐른 시간은 하루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속에는 그녀의 삼십년 인생의 회한이 담겨있어 책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의 앞날까지 내다 본 느낌이 든다. 원작의 제목은 숨쉬기 연습(Breathing Lesson)’라고 하던데,  종이시계라는 한글 제목은 작가가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망가진 결혼 선물인 '종이시계'가 그녀의 결혼 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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