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들려주는 무지개 전사호 이야기 자연과 나 8
로시오 마르티네스 지음, 김세희 옮김 / 마루벌 / 2010년 5월
절판


환경과 관련된 책을 볼 때면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게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움이 앞선다. 인간의 손으로 지구의 생명체와 환경을 훼손하는 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광범위하게 자행되어 왔다. 가죽이나 모피를 얻기 위해 수천 마리 동물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고, 처리 비용을 아끼려는 명목으로 인적이 드문 숲이나 하천, 혹은 먼 바다로 나가서 폐기물 혹은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등 불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 그림책은 범세계적인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가 '환경을 사랑하는 책'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본문은 어미 고래가 아기 고래와 함께 남쪽 바다로 가는 여정 동안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무지개 전사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람들이 항구에 버려져 있던 배-디젤 발전기를 단 영국 최초의 배라고-를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고치고 녹슨 몸체를 알록달록한 색으로 새 단장한다. 이 배에 붙여진 '무지개 전사호'라는 이름은 크리족 예언에 나오는 전사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

"하늘을 날던 새가 땅으로 떨어지고 숲 속 동물들이 죽고
바다가 검게 변하며 강이 병들어 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지구가 멸망하는 것을 막으려고
무지개전사들처럼 힘을 모을 것이다."

남극으로 향한 무지개 전사호는 고래 사냥을 막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금전적인 이득이 걸린 일이면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인간들의 눈에 어린 바다표범은 그저 멋진 외투를 만들 수 있는 하얀 털을 구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모피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멋이나 부의 상징인양 그걸 사 입는 사람도 잔인함의 무게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무지개 전사들은 바다표범의 털에 초록색 물감을 칠하거나 사냥꾼들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 어떤 나라에서는 바다표범 사냥을 금하는 성과를 얻기도 한다. 크고 작은 물고기의 씨를 말릴 만큼 촘촘하게 짜인 그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화학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하거나 핵폐기물을 실은 잠수함을 바다에 가라앉히는 것을 방해하는 등 무지개 전사호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행한 일들은 참 많다. 고래와 바다표범, 물고기, 사람의 형상 안에 무지개 전사호의 활약하는 일련의 과정이 간략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활약상을 펼치던 무지개 전사호는 어느 날 폭탄 테러로 인해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으며 그 사건으로 -그리피스 일원이자 사진사였던- 선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폭탄을 던져 무지개 전사호를 영원히 수장시킨 대상이 누구인지 알면 깜짝 놀랄 일. 배는 카발리 섬 마타우리 만으로 옮겨져 가라앉아 인공 암초가 되었다고 한다. 배에 달려 있던 종은 떼어내 새로 마련한 배에 달아 종소리가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무지개 전사호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본문 뒤에는 무지개 전사호에 대한 정보와 한 일을 연도별로 정리하여 실어 놓았다. 그림을 보면 무지개 전사호에 탄 사람들이 백색 깃발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것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나선 무지개 전사호의 순수한 의도와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돈을 벌 수 있다거나 유희 혹은 미식을 즐기기 위해 -나그네비둘기의 멸종을 비롯하여- 씨를 말려 놓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동물들을 학살해 놓고는 뒤늦게 후회를 한다. 개인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국가가 진행하는 일들이 지구 환경을 해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국의 자연보호를 위해 선진국이 후진국의 땅에 폐기물을 매립하는 일도 있어 왔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땅과 물만 깨끗하면 된다는 건가? 지구는 한 덩어리. 언젠가는 돌고 돌아 그 모든 것들의 폐해가 결국은 인간들에게 돌아와 비수를 겨누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나 나나 처음으로 무지개 전사호의 일화들을 알게 되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그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조금 덜 아프고, 훼손되는 속도도 조금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잊지 말고 함께 응원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