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톡톡톡 - 우리들의 솔직 담백 유쾌한 이야기
유현승 엮음 / 뜨인돌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들면 온갖 감정들이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분출되는 것 같다. 기쁜 일이 생기면 깔깔거리며 넘어가도록 웃기도 하고, 슬플 때는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이 그치질 않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당장 죽을 것처럼 한없이 답답해지고... 가슴에 남는 이런 저런 일들을 그저 가슴으로 삭히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럴 때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나누면 조금이나 후련해질 텐데 그러기 힘들 경우에는 글로 가슴의 감정을 털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2010 청소년 저작발굴 및 출판 지원 사업> 당선작이 이 책에는 친구 사이에서 난감했던 일들, 부모나 형제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일, 슬프거나 기뻤던 일들, 다양한 생각들을 담은 십대들의 글들이 실려 있다.  서두에는 기획자(유승현 선생님)가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독서 나눔' 과정의 2단계인 쓰기 과정에 참여한 아이들의 글이 이 책의 모태가 되었다고 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적으며 자기 성찰의 계기를 가진 아이들뿐만 아니라 기획자 자신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톡톡 튀는 십대들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 중에는 중학생인 우리 집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들이 많았다. 가량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일을 얘기할게]에 실린 글 중에 줄넘기 2단 뛰기에 관한 글(p. 44)은 체육 수행평가로 2단 뛰기를 연습하느라 힘들었던 큰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름 연습했다고는 하지만 큰 아이는 수행평가 때 다섯 손가락을 겨우 채웠는데, 글을 쓴 아이는 열심히 연습해서 15개 모두 성공했다니 부러운 마음이 든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실망한 아이가 있는 반면, 찍기로 문제를 푼 과목이 성적이 더 좋아 신기했다는 아이의 들도 눈에 띈다, 자기 때문에 삼촌이 돌아가신 것 같다는 글을  보니 아이가 커다란 마음의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께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실천을 못해 후회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 할머니로 인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눈길을 끈다. 동물원에 갔다가 뱀을 목에 걸고 다닌 경험, 성교육을 하는 창.재 시간에 아는 지식을 열심히 발표했다가 '변태'와 '창백'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연, 초등 2하년 때 도전하기 어려운 심부름을 혼자 해낸 이야기 등등 십대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글 속에 이 시대의 중학생들이 살아가면서 겪거나 느낀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기획자와 마찬가지로) 십대들의 이야기가 이리 재미있으리라 예상치 못했는데 예전에 초등학생들의 일기 글을 실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재미가 이어진 느낌이다.


 올 삼월에 중학교에 입학한 작은 아이. 이 책을 처음 내밀었을 때는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나중에 읽어보겠다고 하고는 그대로 놔두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며칠 뒤에 내가 책을 읽다 아이가 언젠가 겪었던 일과 유사한 내용이 눈에 띄기에 "절대공감하며 읽을 이야기"라고 호언장담하며 책장을 펼쳐 건네주었다. (아이들이 책에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 ) 그 이야기를 읽고 나더니 또 하나, 또 하나, 결국에 이 책에 빠져서는 다 읽느라 손에 들고 있던 다른 책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글을 읽다 웃음이 절로 터지는지 아이 방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책을 들고 나와서는 그 부분을 엄마도 읽어보라고 권하는, 좀 전과는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이라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공감이 가는 고민거리도 있고, 부러운 이야기도 있었다며(오천 원을 잃어버리고 만 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주운 일 등)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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