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장이 꼬마요정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7
그림 형제 지음, 카트린 브란트 그림 / 보림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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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해지기만 한다면 얼마나 자신의 처지를 불행하게 느껴지겠는가...구두장이는 내일 당장 구두 한 켤레를 지을 가죽밖에 남지 않은 처지이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발을 내밀고, 두 손을 머리밑에 받치고 자는 모습이 그리 불행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의 마음가짐 덕분이리라. 비록 가난하지만 구두장이는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기에, 하느님을 믿기에 그렇게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돈을 움켜 쥔 사람이라면 발 뻗고 자지 못할 것 같다.

그런 그의 집에 밤사이 누군가가 다녀갔다.  아주 뛰어난 솜씨를 지닌 누군가가 구두 한 켤레를 완성시켜 놓고 가버렸다. 아, 이런 손님, 우리 집에도 다녀갔으면 정말 좋겠다... 그 신발은 손님에게 팔리고, 받은 돈으로 두 켤레의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가죽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또 밤이 지나자 두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어 있고..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은 넷이 된다는 수의 두 배의 개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구두장이는 왜 밤마다 찾아와서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누군가를 빨리 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나 같으면 당장에라도 밤을 새워 도움을 준 이를 알아냈을텐데... 어쩌면 구두장이는 도움을 준 것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자신에게 내려진 그 행운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하는 어줍잖은 생각을 해 보았다.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두장이와 그의 아내는 몸을 숨기고 자신들을 도와준 이가 누군지를 알아 본다. -구두장이에게 부인이 있었는데 왜 왜 첫 장의 그림에서는 일인용 침대에서 혼자 잠을 자는 걸로 그려져 있을까? 조금 의문스러웠지만 서양에서는 부부가 한 침실이라도 일인용 침대를 쓰거나 각기 다른 침실을 가지기도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일등공신은 바로 발가벗은 두 요정! 그 둘에게 주어진 선물은 의복 일체~ 이 책의 그림들은 선명한 색채나 화려하지 않지만 옷이랑 구두 그림이 너무 앙증맞고 귀엽다.  

 가죽 대신에 작은 옷들을 발견한 요정들이 그 옷을 입고 춤추는 모습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선물 받은 옷을 입은 요정들은 그 뒤로 감사의 표시로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로 다시는 찾아 오질 않는다. 문득 해리포터에서 주인에게 옷가지를 받아야만 해방이 될 수 있다던 집요정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요정들이 왜 이 집에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구두장이 부부의 선물로 인해 비로소 그들도 행복을 찾았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두장이도 부자가 되어 요정들의 도움이 없어서 잘 살게 되었으니 모두를 위한 해피엔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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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6-1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너무 좋아해요.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만화로도 보았는데 구두를 만드는 섬세한 작업이 너무나 신기했었는데... 정말 해리포터의 집요정 도비가 생각나네요. 모두를 위한 해피엔딩,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 행복한 결말 때문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