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바다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8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8
황은아 글 그림 / 마루벌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자 아이가 아빠와 함께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동안 독자는 자지 않고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다. 아이가 언급하는 수족관과 '고래'는 그것들을 구경하고 싶은 아이의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 그림에서 보여 지는 아이의 모습은 얼굴이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싶을 정도의 비율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그린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유아들이 그린 사람의 모습을 보면 대게 얼굴이  몸만하게 커다랗게 그려져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기다리고 서 있는 플랫폼을 푸른 색으로 처리하면서 '물'을 암시하는데 '눈을 감고도 안 잘 수 있는'  아이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펼치는 상상의 세계가 참 이쁘다. 작고 둥근 구슬같아 보이는 것은  지구인 듯,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곳은 바다가 아니라 드넓은 우주이다 . 그리고 다리 위를 달리는 지하철의 윗쪽은 하늘빛 바다 속같다.  별개의 두 세상을 결합시켜 놓은 작가의 표현력이 돋보인다. 

 타자로 친 것 같은 글자체와 그 글자들이 물에 젖어 번진듯한 느낌을 주는 기법도 독특하다. 앞에서 언급한 고래는 중간 중간에 얼굴과 꼬리등의 부분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일전에 본 <유리바다에서>의 고래를 생각나게 한다. 물고기들을 따라 가기 전의 회색빛의 여자아이의 얼굴은 왠지 아이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데 비해 고래나 해파리 등을 구경하는 동안의 아이는 뺨에 혈색이 도는 모습이어서 그제서야 아이같은 느낌이 온다. 일반적인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꺼림직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

 '수족관'으로 갈 사람들은 내리라는 안내 방송- 역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이 정말일까, 아니면 아이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귀에만 들리는 환청일까? 손을 잡고 헤엄치는 듯, 날아가는 듯한 부녀의 모습이 아기 고래를 등에 업은 고래와 비슷하다. 한정된 공간내에서 여러가지 색채-어둡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와 함께 빚어지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구분되지 않는 느낌의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