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보와 공주의 사랑 - 삼국사기.삼국유사에서 가려 뽑은 이야기 다섯 편
강숙인 지음, 신세정 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인상적인 역사 동화를 발표하는 강숙인씨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가려 뽑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에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평강 공주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누군가 지어낸 허구로만 알고 있었는데, 역사 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인 것을 알게 되면서 놀라기도 하고,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바보와 공주의 사랑] 본문에도 나오는, 고구려가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신라를 공격하는 싸움에서 온달 장군이 전사하고, 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돌아가자고 말하고서야 움직였다는 일화도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 두 사람의 결혼은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의 대표적인 예로도 꼽히는데, 6세기 후반 고구려에 새로운 귀족 세력이 성장하던 시대적인 흐름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 번째 이야기 [북소리 아 북소리]의 주인공은 역사에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 중 온달과 평강만큼이나 유명한 한 쌍이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나라를 배신하고 자명고를 찢은 낙랑 공주도,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내몬 호동 왕자도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비련의 주인공들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 이야기 또한 옛날에 인형극으로 참 재미있게 시청했더랬는데,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 편을 통해 역사로 전해오는 이야기다.

[그리움은 바다 건너]는 왜국에 볼모로 잡혀간 눌지왕의 아우를 본국(신라)으로 보내기 위해 힘쓰고 죽음을 맞이한 충신 박제상의 이야기이다. 비교적 낯선 [청동 거울에 담은 마음]은 자신의 아비 대신에 군역을 살러간 이를 한 마음으로 기다린 설씨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긴 [마를 파는 소년의 사랑 노래]는 서동요의 이야기로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많으며 실존 인물인지 확실치 않은 부분이 앞서 네 이야기와 다른 점이다. 책을 읽으며 다섯 이야기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 어느 쪽에 실려 있는지 궁금했는데 본문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니 각 이야기의 출처를 밝혀 놓았다.
- 사족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으로, 삽화는 세 분(신세정/홍우리/정은희)이 담당하였는데 목차에 그린이의 이름이 실려 있지 않은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여겨진다. 그림을 보면 화풍에 차이가 나서 구분이 가긴 하나 그린 책을 일일이 찾아보아야 누구의 그림인지 알 수 있는지라 -이야기마다 그림을 그린 이가 다를 경우- 작게나마 이름을 표기해 놓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