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베어
케빈 헹크스 글.그림, 석승환 옮김 / 마루벌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추운 겨울이 되면 동면(겨울잠)을 하는 곰의 특성과 사계절의 특징이 잘 버무려진 그림책이다. 현실과 꿈속의 세계가  어우러지며 그림 속에 계절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인형과 그림책 등을 통해 아이에게 친숙해진 갈색 곰이 등장하는 그림책이어서인지 아이가 자주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책 중에 하나에 속한다. 영문 제목(OLD BEAR)을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 발음대로 한글로 써서 의미 전달이 모호할 수 있는데(늙었다고 해석하기는 좀 그렇고, 나이 든 정도..) '올드 베어'는 꿈속에 등장하는 아기 곰과 상반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단어로 보면 좋을 듯 하다. 




- 앞 내지는 다양한 형태의 나뭇잎으로 가득 차 있는데 갈색의 한 가지 색조에 검은 색의 두꺼운 테두리선으로 표현되었지만 (개인적인 감흥이겠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와 달리 뒤 내지는 보라 색조의 바탕에 다양한 꽃들로 가득하다. 

 제목이 있는 책장을 보면 몇 개의 붉은 잎과 몇 개의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한 때에 갈색 곰이 볼록 튀어나온 두툼한 뱃살을 내밀고 앉아 있다. 책장을 넘기면 곰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옆 장에서는 모습이 반쯤 자취를 감춘다. 이어서 나무 둥지 안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의 모습이 보이는데 떨어지는 나뭇잎이 눈보라와 함께 휘몰아치고 있어 상당히 추워 보인다. 반면 둥지 안에서 시선 처리가 이루어진 장면에서는 웅크리고 잠든 모습이 의외로 아늑한 느낌을 준다. 




 꿈속에서는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 나비가 날아다니고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발한 봄날, 올드 베어는 아기 곰이 되어 나무만큼이나 커다란 꽃 안에서 낮잠을 즐긴다. 여름 장면을 보면 데이지꽃 모양의 해가 떠 있고,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맛있는 블루베리 비! 혀를 내밀고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입 속으로 쏙쏙 들어오는 맛있는 비. 환상적이지 않은가~. 다음 장의 가을 풍경은 노랑, 주황, 갈색의 향연으로 눈을 어지럽힌다. 
 


 
 꿈에도 다시 겨울이 찾아오는데,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이 공간은 눈보라가 치던 현실의 겨울과 달리 참 포근해 보인다. 무엇보다 마치 불꽃놀이를 일시에 한 것처럼 하늘이 온통 무지개 빛 별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 광경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다양한 색감을 인지하게 된 이 또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이라 여겨진다.

- 공간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현실과 꿈,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어설픈 해석을 덧붙이자면 그림이 사각의 테두리 선으로 감싸져 있는 장면은 현실적인 공간으로, 양 옆의 테두리가 트인 장면은 꿈속의 공간이자 시간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다.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바깥으로 걸어 나간 장면은 현실적인 공간이지만 양 옆의 테두리를 터서 꿈속처럼 열린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자다 꿈꾸고, 꿈꾸다 자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은 바깥 광경에 깜짝 놀란다. 단추눈과 실눈만 보여주던 올드 베어의 눈이 동그랗게(아이에게는 똥그래진! 이라고 강조하는~ ^^) 커진 표정이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어느 사이에 바깥세상은 봄이 찾아와 화사하게 변모해 있다. 나무만큼 큰 꽃도, 데이지 꽃 모양의 해와 블루베리 비는 없지만 곰은 진짜 봄이 온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아기 곰에서 다시 올드 베어로 돌아왔지만 곰의 표정에서 아름다운 봄날을 반기는 행복한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꼬마 생쥐가 주인공인 <내 사랑 뿌뿌-칼데콧 명예상> 등과 비교하면 화풍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케빈 헹크스의 작품들 중에 이 작품처럼 선이 굵은 그림책(<달을 먹은 고양이-칼데콧 상 /비룡소>, <오늘은 좋은 날/마루벌>이 몇 권 있다. 개인적으로는 선 굵은 작품들이 더 정감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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