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지마 25 - 완결
후지사와 토루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 만화책은 남편이 재미있다며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터라 속는 셈치고 보게 되었는데, 폭력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해도 그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전직이 폭주족이었던 '영길-오니츠카'이 그레이트한 선생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정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는 학생들을 친구처럼 여기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속시원하고, 부러웠다.

짧게 친 염색 머리, 담배를 물고 다니는 것은 예사이고, 비록 학교 옥상에서 기거하는 처지이지만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아간다.  학생과 학교, 가족간의 문제점을 속시원하게, 때로는 과격한 방법-태러범으로 변신하기도.-으로 썩은 고름덩어리를 한 칼에 제거하듯 단숨에 파헤쳐 버리지 무엇인가! 참으로 그레이트한 선생이다. 물론  학부모나 다른 선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선생으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는 '문제만 일으키는 선생'이다.

 툭하면 틀린 글자를 써서 학생들에게 지적을 받고, 실력이 안되니까 후배에게 화상 강의를 시키기도 한다. 학과목을 제대로 가르칠 능력은 없지만 학생들에게 인생의 상담자이자 선배, 그리고 선생으로 마음이 병든 학생들을 치유해 나가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선생을 쫓아 내기로 유명한 문제아 반을 맡아서 자기를 쫒아내기 위해 똘똘 뭉쳐져 있던 학생들에게 기존의 선생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면서 하나 둘씩 자기 편으로 만들어 갈 때마다 흥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일본은 특히 이지매가 심해서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던데 영길 선생은 그런 학생들에게도 친구들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또한 천재라서 오로지 공부만 시키는 학교 생활이 무의미했던 레미도 다시 학교에 나오게 만들고, 일에만 매달리던 엄마를 되찾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99명의 무지막지한 퇴학생들과의 팔씨름에서 이길 때는 영길이 정말 인간인가 싶었다. 툭하면 머리가 깨지도록 쳐박고, 심지어 총을 맞기도 하지만 단 며칠만에 활개치고 다니니.. 정말 인간의 신체인가, 외계인인가 의심스러울 지경... 늘 큰 소리만 뻥뻥~ 쳐대고, 고의는 아니지만 툭하면 교장(교감인가?) 차를 박살내고, 경찰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영길은 정말 그레이트한 남자이며, 그레이트한 선생이자 그레이트한 친구이다.

 월급때문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수시로 음흉한 시선을 여학생들에게 던지고, 보물 찾기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음란 비디오와 게임에 빠져 있는 그의 모습에서 오직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위해 혈안이 된  선생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부모와 선생, 학교, 사회에 의해 망가진 학생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치유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선생이 우리나라의 학교에 있다면 과연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겠지만 학생들이 본다면 터프한 영길 선생에게 반한 나머지 지금의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점이 많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 과연 이런 친구같은 선생님은 만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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