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남자의 죽음과 그를 사랑한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작품 해설을 보면 이 소설이 연극으로 공연하여 인기를 모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극의 내용이 살인보다는 존 크리스토라는 남자를 사랑하는 세 여성(옛애인, 아내, 정부)의 사랑의 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보라. 환자의 치료에 열정적인 의사와 그런 남편을 사랑보다는 위대한 사람으로 숭배하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아내... 그 두 사람이 주말을 보내기 위해 방문한 할로 저택에, 존의 숨겨진-그러나 아내를 빼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애인인 예술가 헨리에타도 오게 된다. 거기다 젊은 시절 존이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자신의 꿈인 배우의 길을 가기 위해 존의 꿈을 접으라고 강요하던 베로니카가 밤늦게 찾아 온다. 여자가 셋이나... 과연 존은 행복한 남자일까? 그의 죽음이 그 질문에 답을 해 준 것이라고 본다.
주말 별장에 내려갔다가 할로 저택의 주인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우연히 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간대에 포와로도 현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실제 살인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꾸며진 것 같은 상황에 포와로는 도리어 이상함을 느낀다. 포와로가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탐정 스타일이 아니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건 주위를 계속 겉도는 모습만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것은 작품해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아가사 크리스티가 너무 일찍 포와로를 퇴물 취급한 탓인 듯 하다. 뭐 그렇긴 해도 포와로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