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꼬리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6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프레드릭'이나 '세앙쥐와 태엽쥐'를 통해 친숙해진 레오 리오니표 '쥐'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가면'이라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리고 두려움에 찬 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자신들의 참모습을 찾게 된 들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있군요.

서울쥐가 들쥐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숲을 지나가다가 도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들쥐들의 부탁을 듣고 '마디 그라'라는 프랑스 거리 축제에 대해 들려줍니다. 축제! 참 멋지고 흥겨운 단어죠! TV를 통해 서양의 축제 장면을 가끔 보곤 하는데 각 나라마다 다양하고 특성과 화려한 축제들이 많더군요. 그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곳으로 달려가서 축제의 분위기에 취하고,  어울리며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든답니다.

서울쥐의  이야기를 들은 들쥐들도 상상만으로 그칠 수 없었던지 자신들도 '마디 그라'를 해보자며 축제 준비를 합니다. 들쥐 한마리는 꼬리를 초록색으로 칠하는 것으로 자신을 단장하지요. 이녀석이 바로 '초록 꼬리'입니다.  아마 책을 보는 내내 아이들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림에서 들쥐들 중에서 어느 녀석이 꼬리가 초록색인가 하고 찾아보느라 바쁠 겁니다.

 이 그림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 그림과 연결이 되는 글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한 페이지에 계속해서 다음 장의 그림에 맞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페이지를 넘겨야 그 글에 맞는 그림을 볼 수 있으며,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입니다(즉 이야기를 먼저 진행시켜 놓고 그 다음 장에 거기에 맞는 그림을 페이지 전체에 싣고 있다는거죠). 

그렇다 보니 책을 읽어 줄 때 글에 맞는 그림을 나중에 보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점때문에 오히려 온전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지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는 이야기만 듣고 독자 스스로 그림을 상상해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전작과는 달리 유화로 그려서인지 전반적으로 조금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들쥐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쓴 '가면'은 본연의 모습을 가리고 잊어버리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가면을 통해 세상을 보다 보니 가까이 지내던 동무들도 무서운 동물로 보일 뿐이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들쥐라는 것도 잊어 버리게 되죠. 과연 우리는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 자신의 본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철학적인 내용의 그림책입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레오 리오니의 책은 철학적이고 오히려 어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작가입니다. 아마도 그림책 작가가 되었을 무렵의 작가의 연륜이 이런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의 작품을 다시 접하면서 좋은 작가가 이미 세상을 뜨셨다는 것에 새삼 안타움을 느낍니다. 

사족:이 책에 쓰인 '서울쥐'라는 표현은 한 나라의 수도(서울)를 일컷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도시쥐라는 표현-우리나라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칭을 지닌 도시인지라-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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