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바다에서 0100 갤러리 5
타무라 시게루 글.그림, 고광미 옮김 / 마루벌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너무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는지도 모르겠는데, 이 그림책 속에는 두가지 세상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 몇 초에 지나지 않는 그 순간이 또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는 몇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아버지와 아들이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흑백톤으로 그려져 있어서 언뜻 보기에도 밤이 연상되더군요. 아들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커다란 물고기에게 쫓기는 날치떼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커다란 물고기는 어떤 종류일까 하는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지 않아요.  갑자기 흑색이 초록으로 전환되는 색채의 반전은 곧 다른 세상이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한 노인과 그의 애완동물이 바다 위를 걸어가는가 싶어 눈이 동그레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에게는 바다가 유리로 되어 있답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바다는 어떤걸까요? '흩날리는 물방울이 유리구슬 같다',거나 '과일을 따듯이 날치를 잡았다'는 표현처럼 마치 파도치는 바다가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유리 바다는 단지 하나의 장면만으로 멈춘 것이 아니었어요. 분명 노인이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다음 날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 시간이 흐르고 있었어요. 단지 그 시간의 흐름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시간과 그 길이가 다를 따름이지요. 즉 유리 바다는 특정한 장면에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비록 유리로 되어 있긴 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게는 그 광경을 어릴 때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기는 노인의 말이 다시 배 위의 소년에게 투영됨으로서 시간의 순서가 뒤섞여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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