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놀이감

산에 가자 ㅣ 보림 창작 그림책
한병호 그림, 이상권 글 / 보림 / 2003년 10월

가을은 시원함과 화려함으로 단장을 하고 우리 곁으로 찾아 옵니다. 작년 가을에 무더운 여름에는 찾지 못했던 공원으로 아이들과 바람을 쐬러 갔었습니다.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연두에서 노란색으로 변해버린 은행잎이나 진한 꽃분홍색으로 변해 버린 나뭇잎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아이들과 일부러 밟으면서 걸어보기도 하고, 색이 예쁘게 변한 나뭇잎 몇 개도 주워서 가방에 넣기도 했어요. 가을을 만끽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자주 와서 조금씩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가을의 풍경과 함께 아빠와 아이의 단란한 한 때가 그려져 있어서 제게는 부러움을 주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 아빠는 일이 많다 보니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할 때가 다반사여서 아빠를 포함한 가족 나들이는 거의 해 보질 못하거든요. 솔이가 아빠랑 단 둘이서 산에 놀러가 청설모도 보고, 서로 동물 놀이도 하면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니 부러울 수 밖에요... 아빠가 나무를 흔들어 '알록달록 나뭇잎 눈'을 만들어 주는 장면에서는 속으로 '저렇게 나무를 흔들면 안되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해주면 아이가 정말 좋아하겠는걸'하는 생각이 번갈아 들기도 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 보자고 하는 것은 역시 '가게놀이~' 나뭇잎으로 금전 단위를 정하고, 물건을 정해서 주인도 하고 손님도 되어서 사고 파는 놀이를 하면서 금전 개념을 익혀 보는것도 좋겠죠? 이 외에도 내리막길에서 미끄럼 나기, 억새풀로 풀화살 쏘기, 각시풀로 머리 땋기, 바위 이름짓기 등등 산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놀다보면 하루 해가 어떻게 넘어갔는지 모르게 훌쩍 가버릴 듯 싶습니다. 힘들긴 해도 산정상까지 가서 '야호~'하고 외치면서 메아리가 들리나 안들리나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면서요... 마지막의 빽빽한 건물들로 둘러쌓인 산의 정경을 보면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자연의 풍경보다는 딱딱한 건물들을 더 많이 보면서 자라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고, 집 근처에 산책삼아 갈 수 있는 공원과 산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습니다.

 다만 이 책에 그려진 나뭇잎들은 맑고 깨끗함이 느껴지는데 비해 도로를 옆에 끼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탁한 도시 속의 산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근처 공원의 나뭇잎들은 먼지가 잔뜩 끼어 있어서 속이 상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조금 거친 감이 느껴지는 그림이지만-작가가 일부러 왼손으로 그렸다죠?- 아이의 그림처럼 부담없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표지의 빨간 단풍을 보니 온 산이 단풍으로 곱게 물든 곳으로 가족 모두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하는 바램이 더욱 강해집니다. 뒷표지에 적힌 글은 정말 우리 아이가 쓴 일기 같았어요. 특히 마지막의 '참 재미있었습니다.'라는 부분은 우리 아이가 이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일기 끝머리에 쓰는 관용어구이지 뭡니까~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공원이나 숲에 가서 계절의 시작과 변화를 체험해 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