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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묘한 수학방정식
클레망스 강디요 지음, 김세리 옮김 / 재미마주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미지 연극'이라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인생을 수학의 개념으로 풀어 놓은 책. 연산, 기하학, 함수, 벡터 등의 수학적인 개념들이 우리 인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데, 선과 도형으로 단순화된 그림과 의미심장한 글의 조합으로 우리 인생에 관한 것들을 절묘하게 풀어내고 있다.
일찍이 사칙연산이라는 간단한 개념에서부터 수학이라는 학문이 너무나 어렵게 여겨졌던 나로서는 함수나 복소수 같은 개념 자체가 난해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우리 인생과 인간관계를 수학적으로 풀이한 이 책을 보며 '아하!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감탄사가 흘러나오게 된다.(다행히 수학문제를 풀어서 답을 산출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
각 장마다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루고 있는 수학적인 개념에 대해 간략한 설명과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본문 그림은 만화처럼 여러 개의 컷으로 분할하여 인간의 형상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졸라맨처럼 그리는 등 여러 사물들을 선과 원, 삼각형 같은 도형으로 간략하게 도식화하여 그려 놓았다.
책을 보다 웃음이 나와 아이를 불러 보여준 장면은 엄마와 아기의 관계를 뺄셈이라는 연산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를 가져) 배부른 엄마 = 날씬한 엄마 + 아기, 혹은 아기 = 배부른 엄마 - 날씬한 엄마'라는 식으로 표현한 '탄생의 뺄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연의 일부인 인간 역시 수학적인 연산을 알아서 실행하는 존재인 것이다.
[기하학의 기원에 관하여]에서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그릴 줄 알게 되는 단계를 잘 짚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점들, 조금 더 큰 뒤에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선들을 그리다가, 마침내 동그라미를 그리고 아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던가. 바로 그 닫힌 동그라미가 처음으로 "나(자아)"를 말하는 시점이라고 하니, 우리 집 막내가 언제쯤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게 될지 유심히 지켜보아야겠다.
육아에 지친 탓인지 요즘 들어 (예전에도 그리 꽉 찬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두뇌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있는 것을 서로 연결 짓지 못할 뿐"이라는 글귀가 공감을 자아낸다. 사고가 원형으로 순환하여 같은 것을 지겹게 반복하는 틀을 벗어나도록 노력하고, 내 머리 속에 든 것들을 연결짓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함수의 기원에 관하여_좌표들이 세우는 장]에서는 x와 y, 함수 f를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조명한 점이 눈길을 끈다. f(x)=y, f(x)=-x, f(x)=x², f(x)=|x| 등의 식과 그래프를 제시하며, x와 y의 대응 관계를 통해 이웃의 성향을 풀이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반사하거나, 비관적인 모습 혹은 낙관적인 모습으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반사하는 그림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우리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반사하는 성향의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f(x)=|x|처럼 어떤 판단도 하려들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정신적 지주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y값이 한결같은 그래프처럼 어떤 변화도 통하지 않는, 상대방의 눈을 통해 자기 자신만을 보는 자기중심적인 이웃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있는 이 함수식들이 나는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마지막 장인 [복소수의 기원에 관하여_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복소수를 이루는 실수부와 허수부에 인간의 육체와 사고를 대입하여 설명하고 있다. 나 자신이 허수부, 즉 사고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지, 필요이상으로 실수부와 허수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만일 누군가 수학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땐 오직 자기 자신만을 탓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수의 교훈이 인생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수학을 이해한다기보다 우리 인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책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 사족 : 이 책을 보며 가끔 시청하곤 하는 넘버스(Numbers)라는 미국 수사 드라마가 생각났다. 천재 수학자인 동생이 FBI인 형의 수사를 돕기 위해 난해하기 그지없는 수학 공식으로 범인의 행동반경이나 성향 등을 예측하여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회와 인간의 성향과 행동을 수학적으로 추론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지던데, 실제로도 수학적인 분석으로 이러한 것들이 예측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