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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사랑한 유대인의 영웅 - 유대인 대학살과 야누시 코르착 이야기 ㅣ 인문 그림책 7
데이빗 A.아들러 지음, 임후성 옮김, 빌 판즈워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스라엘 예루살엠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면 "코르착과 게토의 아이들"이라는 동상이 있다고 한다. 아이 10여명을 끌어 안고 있는 어른이 바로 폴란드에서 태어나 존경 받는 지도자이자 어두운 역사를 헤쳐 나간 '야누시 코르착'이라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독일인이 자신을 알아본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죽음의 길에 동행한 코르착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코르착의 삶과 그의 일기의 한 부분, 독일군의 침략으로 폴란드가 무너지고,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게 되는 등의 유대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도 담겨 있다. 한 인간의 비뚤어진 생각과 그를 따르는 인간들의 주도 하에 얼마나 많은 유대인들이 희생되었던가. 이 책에 의하면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되는 사이에 150만 명의 아이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굶주림과 질병으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다 죽어간 사람들을 고통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어린이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한 코르착은 유대인 고아원 원장이 되어 아이들을 돌보며 동화도 쓰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 유명해진다. 나치 점령하에 게토 안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는데 나중에 나치 사령관이 그를 알아보고 풀어주려고 하지만 코르착은 이를 거부하고 아이들과 기차에 오른다. 아이들을 사랑한 '대머리 의사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겠다고 한 말을 끝까지 지킨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차의 문 판자 사이로 작게 보이는 아이의 붉은 색의 옷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등장하는 한 장면-흑백 영상 속에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던 붉은 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아이-을 떠올리게 한다. 실은 코르착이 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식의 결말이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했다. 그러나 비록 그가 쉰들러처럼 많은 목숨을 구한 슈퍼 히어로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고 돌본 삶 또한 숭고하게 다가온다. 본문 뒤 속지 부분에 코르착과 아이들이 끌려가는 장면을 본 한 목격자의 기록은 이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아프게 한다.
- 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