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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인형 미라벨 ㅣ 그림책 보물창고 3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유진 옮김, 피자 린덴바움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말을 할 줄 아는 인형을 갖게 되어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 인형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법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에게(혹은 어른도)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듯 말을 걸기도 하고, 잠 잘 때면 꼭 끌어 안고 자기도 하는 인형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 인형이 살아나서 진짜 사람처럼 이야기도 주고 받고 소꿉장난이나 블럭 놀이도 같이 하는 등 함께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 그런 일을 상상하기만 해도 즐겁지 않을까 싶다.
근처에 다른 인가가 없어 함께 놀 동무가 없는 브리타는 장난감 가게에서 본 인형을 무척이나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꽃과 채소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브리타의 부모님은 인형을 사줄 만큼 형편이 좋질 못하다. 구멍 난 양말을 들고 있는 아빠와 동전 두 닢만 남아 있는 지갑을 들고 있는 엄마, 그리고 인형 대신 닭에게 빨간 두건을 씌워서 안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려운 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
브리타가 오솔길에서 만난 낯선 할아버지를 도와드리자 수고했다며 황금색 씨앗을 하나 주신다. 그 씨앗을 밭에 심고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꾸자 거기에서 빨간 모자를 쓴 인형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브리타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예쁜 인형! 놀라운 것은 이 인형이 말도 한다는 것이다. 녹음되어 있는 문장을 반복하는 기계음이 아니라 사람처럼 원하는 바를 말하고, 아이와 대화도 나누는 것이다. 당돌하게도 아이가 지어 준 이름을 거부하며 자신의 이름을 '미라벨'이라고 밝힌 이 인형 덕분에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낸다.
그림 보는 재미도 솔솔한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브리타네 닭이다. 그림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 닭은 아이가 껴안고 다니기도 하였지만, 평소에도 늘 아이를 졸졸 쫓아다니고 인형 침대에서 자기도 하는 등 거의 애완동물 수준이다. 인형을 째려보는 폼도 그렇고, 다양한 표정을 선보여 웃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브리타의 또 하나의 장난감인 나무 막대기도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데 닭처럼 그림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면 찾는 재미가 더 컸을 텐데 싶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씨를 뿌리고 날마다 물을 주며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나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인형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타가 씨앗에게 준 것은 물 뿐만 아니라 관심과 정성도 주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알아 갈 때 브리타처럼 정성을 기울인다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해 줄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20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