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것을 보았어요 몸과 마음을 키워주는 그림책 3
마거릿 홈스 지음, 유미숙 옮김, 캐리 필로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에 겪은 일들 중에 몇 십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다. 몇 년, 몇 달 전의 일들은 잊어버리고 살면서 몇 십년이 흘렀는데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니, 참 불합리한 일이다. 어떤 일들은 가슴 깊숙한 곳에 칼로 후벼 판 듯 뚜렷하게 아로새겨져서 잊혀지지도 않고, 삶의 순간 순간에 그로 인한 후유증을 드러내곤 한다.

 아주 끔찍한 일을 본 너구리 담담이는 며칠이 지나도 그 무서움이 없어지지 않는다.  곧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지내지만 마음속의 무언가가 담담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식욕이 없어지고 배나 머리가 아픈 신체적인 증상도 나타나고, 곧잘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잠도 잘 오지 않고 악몽을 꾸기도 하면서 심신이 힘들어지게 되자 화가 나고 말썽을 부리거나 친구를 못살게 굴어 꾸지람을 듣기도 하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잊어버리려고 애를 써도 잊혀지지 않고 불쑥 불쑥 떠오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어른도 그렇지만 어릴 때의 끔찍한 경험은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나는 어렸을 때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작은 아이 역시 몇 년 전 물놀이 갔을 때 파도에 밀려 물 속에 빠지는 일을 겪은 후부터 그다지 깊지 않은데도 물에 들어가는 것을 겁내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이 끔찍한 경험이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져온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해 찾아보니 담담이에게 나타났던 신체적, 정신적인 증상(증세)들을 동반한다고 나오는데 이 증세가 곧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수년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만성이 될 경우에는 후유증이 심해져서 사회적 복귀가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단다. 

 끔찍한 일을 잊어버리려고 애쓰고 자신의 감정(두려움, 불안감, 죄책감 등)도 무시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슴에 담아두다 보면 병이 깊어지므로 '기분을 보여 주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본문 글처럼 이를 드러내고 치유해야 할 것이다. 이 그림책은 아이에게 끔찍한 일을 겪거나 보았을 때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극복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상처 받은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되어줄 것이다. 

- 2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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