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티라노사우르스 꼬마야 꼬마야 15
피터 매카티 글.그림, 배소라 옮김 / 마루벌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꼬마야 꼬마야' 시리즈의 한 권으로 한 쪽 면은 그림, 다른 면은 한 두 줄의 짧은 글이 실려 있는 형식이라 글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토끼야, 토끼야>의 저자 피터 매카티의 작품으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보편적인 이미지의 공룡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도마뱀처럼 보이기도 함)로 형상화하였다. 파스텔 톤의 화풍도 육식공룡의 강력한 모습보다는 고민에 빠진 모습을 부드러운 느낌으로 표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공룡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르스가 왜 자신은 무서운 공룡이 된 것일까, 하고 고민한다. 걸을 때 작은 꽃을 밟게 되는 것도, 뛰어갈 때 땅이 흔들리는 것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공룡들이 도망가는 모습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같이 어울려 놀고 싶어서 갔는데 친구들이 다 도망가버릴 때 아이가 느끼는 심정을 떠올려 보게 된다. 분홍색이면, 파란색이면 조금 덜 무서워 보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부끄러운 듯 온 몸이 발그레한 분홍 공룡이나 사색이 된 듯한 푸르딩딩한 파란 공룡... 책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잠시 머리 속으로 이런 공룡의 모습을 그려 보니 살짝 웃음이 나온다. 

 티라노는 자신도 알에서 태어났고 엄마도 있었다고, 다른 공룡들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초식동물이면 좋겠지만 자신은 나무는 먹지 않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이며,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끝을 맺고 있다. 외모는 타고나는 것인데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인해 타인에게 외면당한다면 큰 상처를 받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 혐오의 길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민에 빠진 티라노사우르스처럼 남들과 다른 점때문에 자기 자신을 미워하거나 슬픔에 빠지지 않고 그대로의 자신을,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다.

 전래 이야기나 동화에서 토끼나, 생쥐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 먹는 늑대, 호랑이 사자 같은 육식동물을 나쁜 존재로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자주 접하다 보면 육식동물은 나쁜 쪽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작고 여리고 약한 것은 '선'이고, 크고 강하고 힘 센 것은 '악'이라고 무조건 단정지을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그 동안 무시무시한 모습과 육식을 하는 습성으로 나쁜 쪽으로 인식되어 온 티라노사우스의 관점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육식동물이 작은 동물을 잡아 먹는 것은 그렇게 태어났으므로 이를 나쁜 일로 단정지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연에서는 그것이 순리이다.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라는 그림책에서도 돼지나 토끼 등을 잡아 먹는 것은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에 늑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류의 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어렸을 때부터 인식의 다양성을 위해 이런 책들을 접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2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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