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그림책 보물창고 25
엘리자베트 브라미 글, 얀 나침베네 그림,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는 어린 아이였을 우리들 또한 나이가 들면 되어야 할 노인의 삶을 차분하게 들려주는 그림책. 노인의 삶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을 아는 것과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깝게 살면서도, 혹은 멀리 떨어져 사느라 아이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노인으로서의 그분들의 어려움과 외로움, 서글픔, 기쁨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는 책이다. 연세 드신 분이 자신에 대해 조용하게 들려주시는 것 같은 글을 한줄 한줄 읽다 보면 "아, 부모님들이 이런 마음으로 사시려나, 나도 언젠가는 이런 삶을 살겠지..." 하는 서글픔이 찾아온다.

 나이가 들면 삶의 연륜 같은 깊은 주름이 생기고, 몸도 느려지고, 머리도 세고, 틀니를 껴야 하는 등 신체적인 불편함이 생긴다. 체력이 소진되어 손도 떨리고 눈도 침침해지고 귀도 잘 들리지 않게 되고, 몸 여기 저기가 아프기도 한다. 기억도 흐려지고 정신도 온전치 않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생활의 곤궁함과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 적적함, 자식들이 찾아오거나 전화 해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삶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다. 자식들과 멀리 떨어져 두분만 살고 계신 시부모님은 손주들 목소리 듣는 낙으로 매일 전화를 하신다. 그리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시부모님은 종종 자식들에게 짐스러운 존재로 취급 받는 것 같다며 서운해 하신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노인들도 옆에서 애정을 가지고 대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거나 함께 놀아 줄 상대가 필요하고, 대접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자식들이 이를 깊이 헤아리지 못하는 탓에 마음의 상처를 드리게 되는 것이다. 노인들 또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그 분들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기쁠 때가 있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면 병문안을 받고 싶어하고, 생일이면 축하 받고 싶고, 가족으로서 사랑 받고 싶은 것은 그 분들도 마찬가지 이다. 그리고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하고, 컴퓨터를 하는 등 활동도 할 수 있으며,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한 사람의 인간임을 가벼이 지나치지 말아야 할것이다.

 가끔 길에서 낡은 유모차를 수레 삼아 밀고 다니면서 재활용 종이를 담아 가시는 노인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나이는 지나고 자식들도 어려운 형편이다 싶어 손 벌리지 못하고, 스스로 벌어먹고 먹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시는 노인들의 모습을 뵐때면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온다. 이 그림책에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는 아이와 근사한 음식을 먹는 젊은 사람 사이로 솔기가 ?어져 벌어진 구두를 신은 한 노인이 한 조각의 빵과 야채 한 묶음이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쳐진 어깨가 너무 안쓰러워 보인다.

 남편과 집에만 계신 시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는 나이 들면 뭐하고 지내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지금이야 나이 들어서 자식들 독립하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것 저것 배우러 다니기도 하고, 등산, 여행 등을 다녀 보자고 하는데 실제로 노인이 되어서 기력이 딸려서 집에만 들어 앉아 있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실은 나도 벌써부터 눈이 침침해지는 기색을 보이는지라 이 다음에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좋아하는 책도 못 읽을 만큼 시력이 안 좋아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어릴 때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몸살을 앓고, 젊어서는 청춘이 쉬이 감을 아쉬워 하며, 나이 들어서는 하루 하루가 아까워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나도 어느 사이에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때가 된것 같아서인지 이 책이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언젠가 주름 가득한 얼굴에 갓 이가 나기 시작한 갓난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가 떠오른 한 노인의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던 모습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 엄마의 삶, 더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기를 바란다. 

-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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