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탁
세오 마이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 사십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에 회의가 생겨서 일까?! 최근 들어 남편이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목표를 나름대로 설정하고 포부를 가진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를 믿고 따라와 달라던 남편이 었는데... 언젠가부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낙담하여 어깨를 늘어 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져 온다. 혹시 가족을 위한 삶이 남편에게 짐처럼 여겨지는 것일까? 혹은 가족이 남편에게 더 이상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할 때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것에 좌절감을 느껴서 일까?

「행복한 식탁」은 가장의 자살 시도라는 큰 상처 때문에 해체 되었던 한 가족이 큰 변화를 겪으며 결국은 자신들이 가족임을 깨닫는 과정을 무겁지 않은 소박한 문체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형식적인 틀만 유지하고 있던 가족들이 다시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사와코를 중심으로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는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빠는 오늘부로 아빠 노릇을 그만두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면서 시작된다. 아빠 노릇을 그만 두겠다고 한 아빠는 직장마저도 그만두고 대학입시 공부를 시작한다. 아빠보다 더 생경한 것은 엄마 쪽이다. 엄마는 이년전 집을 떠나 근처에 따로 공간을 마련하여 살면서 저녁거리를 마련해 주고 가는 등 서로 왕래를 하고 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일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천재 소리를 듣던 오빠는 고등학교를 마치자 공부에 흥미가 없다며 학업을 접고는 농업단체에 취직을 해버린다. 아침이면 늘 한 식탁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던 가족. 도대체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의 자살 시도. 중학교 선생으로,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이유나 갈등 요소도 없었던 아빠가 자살을 시도한 것은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과 변화를 안겨준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신경쇠약, 우울증 같은 병증이나 가정 불화, 사업 실패 등의 요인으로 현재의 삶이 고통스럽게 여겨질 때)로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의도나 심경을 드러 내는지라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하면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보통은 일이 벌어진 뒤에야 사람들은 뒤늦게 자책을 하게 된다.

 사와코의 엄마는 그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가족과 집을 떠났고, 떨어져 있는 시간을 통해 나름대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오빠는 이 모든 것들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지만 가족들 중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와코는 각자의 역할을 벗어 던진 다른 가족들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가 어렵다. 그런 와중에 고입 입시를 위해 다니게 된 학원에서 알게 된 오우라와의 관계가 진전 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때로는 가족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깊은 슬픔에 빠진 사와코에게 오빠의 연인 요시코는 정말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해준다.

   살아가다 보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답답하게 여겨지고 자신을 옭아 맨 굴레나 짐처럼 여겨져 이 모든 것을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을 때가 있다. 가족들 간에 불화가 생기거나 도저히 서로를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다. 그러나 떨어져 있다고 해서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빠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역할이 필요하며 이를 방기하면 가족의 울타리가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사소한 것 들이지만 내 주위에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 안에서의 내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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