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나온 오소리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14
한스 팔라다 지음, 카탸 베너 그림, 김라합 옮김 / 마루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숲을 나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 오소리가 겪는 일을 통해 진실이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만 생각하는 사람을 풍자한 우화 형식의 그림책이다. 여우에게 살던 곳을 빼앗긴 오소리는 무척 속상하다. 집을 빼앗긴 것도 그렇지만 여우의 외모가 부러워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느님이 여우의 빠른 걸음과 빨간 꼬리, 초록 눈을 오소리에 주었다면 오소리는 바로 자신이 싫어하는 여우의 모습이 되고 마는데 그걸 생각지 못하고 투덜거리는 것이다.

 그리고 오소리는 자신이 착하고 조용하게 살아왔다고 여기지만 사실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착하게 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 자신이 잡아 먹은 벌레며 어린 새, 꿀 등 그 자신도 살기 위해 다른 이를 괴롭히고 살아왔는데 말이다. 물론 이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므로 탓할 바가 아니나 마찬가지 이유로 여우를 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소리의 이런 모습은 인간들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명분을 내세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을로 내려 온 오소리는 농장의 채소밭도 들리고, 웅덩이에서 진흙 목욕도 하면서 쉴 곳을 찾지만 여의치가 않다. 거기다 힘든 하루를 보낸 터라 잠을 자기 위해 굴을 파고 누웠는데 불행히도 자리를 잘못 잡았지 뭔가. 목초지에 나온 대장 젖소가 그 굴을 밟으면서 오소리는 오소리대로, 젖소는 젖소대로 놀라고 서로를 오해하고 만다. 젖소가 냄새를 맡으려고 얼굴을 들이밀자 오소리가 코를 물어버리는 바람에 이를 쫓아가는 사람과 젖소의 행렬에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리는 등 마을에 난리가 난다.

 그러나 정작 오소리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은 어린 소년 하나를 빼고는 아무도 없다. 누구는 "늑대처럼 생겼다" , 또 다른 사람은 "담비처럼 생겼다" 고 자신의 추측을 말하면서 동물의 생김새에 대해 자세히 말하는 어린 페터의 말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진실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만 매여있는 사람을 비판하고 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옛날 이야기에나 나올 것 같은 아이(페터의 누나)와 누나 같이 착한 아이가 되고 싶지는 않은 페터의 실랑이가 작품에 재미를 더해준다. 다만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오소리의 소동은 끝나버리는지라 조금 허무한 감이 들기도 한다. 쪽 당 글 분량이 조금 많은 편으로 저학년도 볼 수 있는 그림책.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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