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래 작은도서관 23
김민령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신인 작가의 작품 4편이 실린 동화모음집.  네 편 모두 아이들의 겪는 '상처'를 작품 속에서 짚어내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인 <두루미 마을>은 갑작스럽게 부모와 떨어져서 살게 된 아이의 이야기다.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경찰서로 잡혀가면서 현기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단칸방에 살아도 가족이 모여 같이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엄마는 다른 선택을 한다. 현기를 낯선 할머니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부모로서는 참 어려운 결단이고 아이에게는 가혹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밤골에서 살게 된 현기는 두루미 가족에게 유독 눈길이 간다.

 현기가 심술이 나서 두루미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은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표출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혼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 잘 아는 현기는 다친 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새끼 두루미를 보자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파 본 사람, 가슴에 상처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도 상처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현기는 두루미 가족이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그리운 가족과 다시 함께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꼬물래>는 친구에게 민망한 장면을 들키면서 '꼬물래'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 주호의 이야기다. 주호는 엄마가 안 계신다. 주위 어른이나 아빠가 챙겨주신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표가 나게 되는데 업친대 덮친 격으로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일을 보이는 바람에 그런 지저분한 별명이 붙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직설적이고 거리낌이 없다.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체 단순히 장난으로, 재미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주호를 놀리기 위해 별명으로 부르는 '꼬물래'는 오랫동안 씻지 않아 지저분한 외모에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거지를 가리키는 호칭이다. 주호는 자기에게 그런 못마땅한 별명이 생긴 것이 꼭 꼬물래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하고 못마땅하다. 그러나 꼬물래네 집에 갔다가 한가지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정신은 온전치 않지만 다른 생명을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을 지닌 꼬물래. 더불어 주호는 자신을 지켜주고 헤아려줄 줄 아는 아빠의 존재를 커다랗게 느낀다.  

 <견우랑 나랑>에서 '나'의 가족은 현재 세 명이다. 아빠는 집을 나가버리고, 언니는 아직 동생들을 보살필 능력이 되지 않고, 오빠는 동네 아이들의 돈을 빼앗는다. 툭하면 술 취한 아버지에게 맞는 견우가 오빠의 그런 행동을 나쁘다고 말하지만 쌀통이 비고, 실내화가 작아지고 헤어져도 그냥 신어야 하는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나'는 그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 부모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진정한 배고픔에 잘 모를 것이다.

 끼니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지만 때론 허전한 마음이 허기를 느끼게 하는지 정이 고프면 배도 고픈가 보다. 저자는 '나'의 심리적인 상태를 배고픔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견우가 엄마를 따라 떠나던 날, 자신을 걱정해 주는 친구의 마음에 굶주린 배가,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 단편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한 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과 새엄마의 현실적인 이미지를 담은 작품이다. 행여나 한 장면에라도 나올까 싶어 화장이나 치장을 하는 등 수선을 떠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현장감 있게 잘 그리고 있다. 촬영 중 아역 주인공의 친구가 한 사람이 필요해져서 나서게 된 수정이와 미나의 출연 행방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된다. 

 미나의 엄마는 새엄마이다. 상황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도 새엄마라는 색안경을 덮어씌우면 흉이 되어버린다. 동네 사람들은 새엄마 티를 낸다고 수군거리지만 수정이는 씩씩하다. 쉬운 시간과 과정은 아니었겠지만 수정이는 이미 가슴으로 새엄마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일등 새엄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친엄마처럼 할 자신은 없지만 새엄마 중에서는 가장 좋은 새엄마가 되겠다고 한 수정이의 새엄마의 말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현대로 접어 들면서 삶의 질이나 물질적인 면에서는 예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사회의 그늘도 더 깊어졌다. 풍요로움 뒤에 가려진 상처를 지닌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속에 담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독거려 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런 작품들이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2006/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