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생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5
볼프디트리히 슈누레 지음, 김라합 옮김, 알요샤 블라우 그림 / 마루벌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코끼리와 생쥐>는 생쥐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용서하고 배려해 준 코끼리의 이야기로  용서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코끼리 할아버지의 커다란 회색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표정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점이 특징. 

 조용한 동네에서 값비싼 고급 도자기를 파는 마음씨가 좋은 코끼리의 가게. 코끼리가 주인인 가게의 물건답게 주인을 닮은 주전자나 장식품, 청소기 등이 눈에 띄는데, 자세히 보면 주전자의 주둥이 끝부분이 일반적인 모양이 아니라 코끼리 코 모양처럼 약간 벌어져 있다. 어느 날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창 밖을 내다 본 코끼리는 가게 앞 길가에 생쥐 한 마리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가게에 들어 온 생쥐가 집에서 쓸 만한 그릇을 찾자 코끼리는 보통 집에서 쓰는 그릇은 없다고 하는데, 생쥐가 "비싸고 귀한 도자기"라는 말이 신경에 거슬렸나 보다. 조심스럽게 다루라는 주인의 말에 오히려 진열장을 발로 차 버린 것이다! 

 도자기들이 와장창~ 깨지는 광경을 보고 코끼리는 정신을 잃고 만다. 쓰러진 코끼리를 모른 척하고 도망가던 생쥐는 그만 깨진 유리조각을 밟고 발을 다쳐서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둘은 헌 병실에서 깨어나는데 아하~, 생쥐의 다친 발에 한 깁스 붕대를 좀 보라! -유리에 발을 다친 것뿐인데 깁스를 한 건 조금 과장이긴 하다...^^;-  깁스 붕대를 한 생쥐 발이 코끼리 발만 하게 아주 커다란 것이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경찰이 찾아와 도자기를 부순 것이 생쥐냐는 질문에 마음씨 착한 코끼리는 "설마 저 조그만 생쥐가 그런 말썽을 부렸을라고요."하고 변호를 해준다. 마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마음씨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신부님을 보는 것 같다 보통 이런 일을 겪으면 화가 치밀 때로 치밀어 올라 상대를 당장이라도 감옥에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싶다. 그러나 코끼리는 그 자신이 가게를 위해 평생을 일하면서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에 생쥐가 어려움에 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는 것. 생쥐는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생쥐를 용서하는 코끼리 할아버지에게서 삶의 연륜이 느껴지게 되는데, 나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상대를 배려하고 용서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보면서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상대를 질책하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 

- 200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