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달님이 된 오누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4
최양숙 지음, 윤정숙 옮김 / 마루벌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 <내 이름이 담긴 병>, <두부 공장 야옹이>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양숙씨가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해님 달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아냈다. <해님 달님이 된 오누이>는 호랑이가 떡을 팔고 돌아오는 엄마를 잡아먹은 후 집으로 찾아와 엄마 흉내를 내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간 오누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된다는 이야기.

  부드러운 필치로 황금빛 들판을 표현한 장면이나 호랑이가 어머니에게 덤벼들려고 으르렁~ 거리는 모습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인물 묘사 부분에 있어서는 장면에 따라 편차를 많이 보여 그리 흡족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묘미는 오누이는 튼튼한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고, 어리석은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져 죽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 뒤에 실린 작가의 글을 보니 기품 있고 용맹스러운 모습의 호랑이를 기리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되어 있어 작품의 내용과 저자의 의도가 맞지 않은 것 같아 조금 난감하였다.

  이 옛이야기 그림책은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전래 동화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문장이 간결하고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의성어, 의태어 등의 우리나라 고유의 입말이 주는 흥겨움의 배제되어 옛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많이 감소되어 있다. 그러나 이건 한국 사람의 시각으로 이 책을 보았을 때의 의견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옛이야기를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해 냈는가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알리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작품 자체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긴 하지만 미국 출판계에서 인지도를 얻은 최양숙씨 같은 분들이 우리의 옛이야기를 작품으로 담아내어 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것이 근간이 되어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해학이 깃든 많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담아낸 우리나라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외국에 당당하게 선보이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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