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세 모금 창비아동문고 226
최진영 지음, 김용철 그림 / 창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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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물 세 모금>은 연로하신 증조할머니를 만나러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간 주인공이 도깨비를 따라 현실과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갔다가 그 곳에 존재하는 신비한 샘물을 구하기 위해 겪는 모험을 그린 판타지 동화. 주인공인 준우가 찾아 나선,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십 년씩 젊어진다는 샘물은 증조할머니의 목숨을 늘여줄 수 있는 신비한 샘물이다. 저자가 옛이야기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조한 판타지 공간에서 주인공이 새엄마에 대한 미움과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모습 속에 삶의 방식과 죽음, 인간의 욕심 등의 주제가 녹아 있다.

 준우는 '나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가족사진을 찾던 중 어떤 아줌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자신의 백일 사진을 발견하고 현재의 엄마가 '새엄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준우는 새엄마가 여느 엄마들처럼 자신을 위하고 잘해주는 것을 알면서도 '새엄마'라는 생각 때문에 불쑥 불쑥 미움이 솟아오르곤 한다. 친엄마의 죽음을 알게 된 준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고 너무도 소중한 왕할머니(증조할머니)마저 돌아가실까봐 겁이 난다.

 아흔 세 살의 왕할머니는 씨름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가 옮은 준우의 머리를 빗겨주기 위해 참빗을 꺼내 데 이 참빗은 도깨비(돌쇠)가 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머리에 뿔이 나고 인간을 괴롭히는 무시무시한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 도깨비의 영향으로,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순박함과 어수룩한 면을 지녔으며 사람과 씨름을 즐기고 메밀묵을 좋아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저는 이 작품에서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도깨비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으며 그림을 맡은 김용철씨 역시 한국적인 도깨비의 모습의 개성을 살려 이를 시각적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하였다.

 준우는 억지로 돌쇠에게 매달려 ‘달의 숨결이 닿는 곳’이라는 곳으로 가게 된다. 산신령, 도깨비, 구미호, 이무기, 말하는 동물, 병을 낫게 하는 열매, 불로초 등이 자라는 또 다른 세상. 이곳에서 도깨비 친구 '우정이'를 사귀고 셋은 함께 젊어지는 샘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준우는 말하는 동물들, 구미호인 '사랑이', 이무기, 귀신들, 대왕 도깨비 등을 만나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왕할머니도 준우에게 죽음이 끝이 아님을 말씀해주신다. 자손과 다른 사람들, 세상을 생각하고 앞을 보며 하루하루를 잘 살라는 왕할머니의 가르침이 가슴에 남는 작품이다.

-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도깨비와 구미호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우정', '사랑' 같이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지은 듯한 이름이나 쪽박귀신 등에게 샘물을 떠준 점 등 이야기를 꿰맞추기 위한 듯한 느낌을 풍기는 설정 등이 군데군데 눈에 뜨이기도 하여 조금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 2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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