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켜는 고슈 그림이 있는 책방 4
미야자와 겐지 지음, 허정은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은하철도의 밤>의 저자 미야자와 겐지의 또 다른 작품으로, 연주 솜씨가 서툴었던 한 첼로 연주자가 동물들의 방문을 받고 이들과 티격태격 하며 첼로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연주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꿈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업을 즐긴다는 화가 허정은 씨가 그림을 맡았는데 음악적인 선율이 느껴지는 몽환적인 그림으로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 놓고 있다.

  마을 활동사진관에서 첼로를 켜는 고슈는 연주가 서툴러 툭하면 꾸중을 듣는 연주자이다. 동료 연주자들 중에 연주 솜씨가 가장 서툰 고슈는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지만 마음만큼 잘 되질 않는다. 그런 고슈를 항해 지휘자는 연주에 감정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뒤를 쫓아오는 것 같다고 질책을 한다. 엄마가 아기를 안을 때 불편한 자세로 안으면 아기도 불편해 하는데 비슷한 의미로 연주하는 사람이 힘겨워 하면 음악을 듣는 사람도 힘겨워 하지 않겠는가...
 
 집에 돌아온 고슈는 늦도록 연습을 하는데 누군가가 찾아온다. 얼룩 고양이는 고슈의 밭에서 허락도 없이 따온 토마토를 내밀고는 그의 음악을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음악 한 곡을 연주해 줄 것을 청한다. 고슈는 고양이가 놀라자빠지게 할만한 곡을 연주하여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골려주기까지 하는데 이후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뻐꾸기, 아기 너구리 등의 방문을 받는다. 그리고 아픈 아기 들쥐를 데리고 온 들쥐 엄마를 통해 자신의 연주가 동물들의 병을 치유하게 해 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연주회 날, 앵콜 요청이 있자 고슈는 지휘자에게 등을 떠밀려서이긴 하지만 독무대로 자신의 연주 솜씨를 발휘한다.

 고슈는 며칠간 그들과 실갱이를 하고 첼로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음악에 싣는 법을 깨우치게 된 것이다. 사실 고슈가 고양이나 뻐꾸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친절하거나 다정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상당히 괴팍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음악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끈기를 가지고 연습을 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음악이 아픔도 치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고슈 그 자신의 어려움도 치유된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지휘자가 고슈에게 "몸이 건강하니까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거야. 보통 사람 같으면 죽었을지도 모르지."라고 말하는 대사가 조금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는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가 몸이 약해 병상에서 지낸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뒤표지에 실린 미야자와 겐지의 글을 읽어보면서 이 작가는 자연의 여러 모습들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냈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감성을 지닌 작가가 병으로 요절한 것이 안타까워 질 수 밖에 없다.  

-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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