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친구 미래그림책 43
마리오 라모스 지음,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작은 아이가 몸에 빨간 반점들이 돋아나는 홍반에 걸려 두 뺨이 벌겋게 되었는데 더운 여름이다 보니 증상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 때문에 반 아이들이 자꾸 "너 얼굴 빨개졌다." "왜 얼굴이 빨개졌냐?" 하고 물어보고, 놀리기도 하는 친구도 있어서 딸아이가 무척 속상해 하고 있다. 놀림을 당할까 걱정이 되어 학교랑 태권도장에도 가기 싫어하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비슷한 경우는 아니지만 바로 이 그림책, 「얼굴 빨개지는 친구」가 떠오르게 된다. 수줍음을 잘 타 별 것 아닌 일에도 온 몸이 새빨개지는 코끼리 하늘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세!」「오르송」등의 작가 마리오 라모스의 작품이다.

 덩치 크고 힘센 코끼리 하늘이는 수줍음을 잘 타서 별일이 아닌데도 툭하면 온몸이 새빨개지고 만다. 그런 하늘이를 보고 친구들은 '토마토'라며 놀려 대는데, 어떤 실수를 했을때 주위에서 놀려대면 실수를 더 하게 되는 것처럼, 친구들이 놀릴수록 하늘이는 더 빨개지고 만다. 주위의 다른 동물들은 다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자기만 잿빛인 다른 코끼리와 달리 빨간색이 되어 버리니 스스로도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새빨개진 하늘이가 속상해 하며 무리로 부터 멀어지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나와 조금 다른 모습을 지녔다고 친구를 놀리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장 자끄 상빼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는 책에도 수시로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가 나오는데, 마르슬랭은 다른 아이들이 얼굴 색깔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외톨이가 된 이 아이처럼 코끼리 하늘이도 새빨개진 자신의 모습을 다른 동물들에게 드러내기 싫어 그들과 어울리지 않고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하늘이는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생쥐를 만나게 되는데, 땅이는 빨개지니까 더 멋져 보인다는, 누구도 해준적 없는 칭찬을 해주어 하늘이를 기쁘게 한다.

  생쥐의 부탁으로 해변으로 간 둘은 함께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본다. 땅이는 수평선 위의 하늘도 빨개질 때가 있다고 말해줌으로서 하늘이에게 단점으로 여기던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해준다. 함께 있어 좋다며 서로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하늘이와 땅이가 해변에 서 있는 이 장면은 무채색으로 그려진 이 두 친구의 모습이 붉은 노을, 푸른 바다, 노란 지면의 색감을 더욱 선명하게 살려주고 있다. 덩치를 보면 그 이름-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를 보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것을 통해 친구가 됨에 겉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에 커다란 반전을 삽입하여 독자에게 책을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친구를 자랑하고 싶어진 하늘이가 땅이를 코끼리 친구들에게 데려가자 이들이 모두 새파랗게 변해 버린 것이다! 마치 한 다발의 파처럼 말이다. 덩치 큰 코끼리가 조그마한 생쥐를 무서워한다는 점이나 하늘이를 '토마토'라고 놀려대던 코끼리들이 잿빛에서 초록빛으로 변해 버린 모습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에게도 웃음을 선사한다. 그 후로 하늘이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대낮에 돌아 다니게 되었으며 빨개지곤 하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하게 된다. 

 서로에게 마을을 열고 친구가 된 둘은 꼭 붙어 다닌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마르슬랭과 르네처럼 하늘이와 땅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채로 함께 있을 수 있는, 그런 마음 편하고 포근한 친구로 남을 것이다. 함께 달빛 아래를 걷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한명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운 마음이 든다.  

원제는 'Rome'o Et Juliette'  

 - 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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