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수 로우슨 지음, 캐롤라인 마젤 그림, 권수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치매를 소재로 한 그림책으로 이웃의 다른 할머니들과 조금 다른 자신의 할머니에 대해 손자의 목소리를 빌어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스케치한 밑그림이 드러나는 담백한 수채화의 느낌이 살아 있는 그림이 읊조리는 듯한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본문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스폰지 케이크를 크게 만드는 소피네 할머니, 피에로 코처럼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마이클네 할머니, 매주 축구장에 가서 응원을 하는 존티네 할머니, 꽃집 차를 운전하는 래피네 할머니 등등 이웃의 여러 할머니들과는 다른 우리 할머니. 이웃의 할머니 한사람 한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반복되는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라는 문장이 독자에게 과연 무엇이 다를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글이 진행되는 동안 소년은 침대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꽃을 꺾어 어디론가 향하는데 소년의 뒷모습이 애잔한 느낌을 전해준다. 소년이 도착한 집에는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면서 바람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계시다. 다른 할머니들과는 다른 소년의 할머니는 자신이 누군지 기억을 하지 못하신다. 그렇지만 소년은 그런 할머니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비록 할머니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나는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소년이 가져온 노란 꽃들이 꽃병마다 꽂혀 있는 마지막 장면이 이 끝 문장이 가져다주는 잔잔한 감동과 따스한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다.

 치매... 자신의 나이와 현재의 사는 곳을 잊어버리고, 때로는 주위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어버리곤 하는 증상 때문에 본인도 그렇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참 어렵고 힘든 병이다. 이 그림책은 치매에 걸려 할머니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주변에서 치매에 걸린 어른이 없어 어떤 질환인지 잘 모르긴 하지만 이 그림책을 보며 자신마저 잊어가는 할머니를 위해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먼 미래에 혹시 내가 치매에 걸려 나 자신을 잊어버리는 날이 오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이 책에 나오는 소년처럼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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