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가 자라고 자라서 - 곤충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
정미라 지음, 박지훈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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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블로그 이웃 분이 아이가 원해서 누에를 키우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을 보면서 어떻게 키울 엄두를 냈을까 싶어 대단하게 여겨졌었다. 실은 작은 아이가 키워보자고 한 생물 중에 하나가 누에인데, 꿈틀 꿈틀~ 거리며 기어 다니는 족속을 매우 싫어하는-손으로 만져야 되는 것도 아닌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키우기 싫은 곤충이다.

 이 그림책은 주인공이 친구에게 얻은 누에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일들을 담고 있는데, 이야기 속에 누에의 생활환- 알에서 깨어나 나방이 되고 알을 낳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곤충아줌마라 불리는 작가가 실제로 누에를 키우면서 관찰한 경험을 이야기로 탄생시킨 이 작품이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한다. <똥떡>, <고무신 기차>등의 그림을 그린 박지훈씨가 그림을 맡았는데, 전반적으로 정적이 느낌을 주는 화풍이라 더 생동감 있게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곤충박사로 불리는 아들(재진군)과 더불어 작가 분도 곤충을 무척 좋아해서 '곤충 아줌마'로 불린다는데 본문에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소개글을 보니 곤충 아줌마 네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호랑나비 등 별별 곤충들을 길러 본 모양이다. 누에는 쉴 새 없이 야금야금 먹고, 싸고, 한 잠 푹 자고, 또 먹고 싸고 자고~ 하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에 자고 나면 (허물을 벗고) 큰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속도로 쑥쑥~ 자라는 모양이다. 재진이 동생이 누에를 "먹보에 편식쟁이, 똥싸개"라고 지칭하였는데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





 누에가 먹는 먹이는 오로지 한 가지, 뽕잎이다. 아무 잎이나 주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뽕잎만 주어야 하는데, 뽕나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닌지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싶다. - 본문 글을 보니 재진이네 가족이 '국사봉'이라는 산에 가서 뽕잎을 딴다는 설정이던데, 그 곳이 거제에 있는 산이 아니고 국사봉터널 근처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집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이다. - 먹다 보면 손이며 입이 꺼매지는 오디(뽕나무 열매)를 우리 아이들도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먹어본 적이 있을 텐데 무슨 맛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누에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신기한 단계가 바로 누에들이 제 몸에서 하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 때가 아닌가 싶다. 꼬리에서 실을 뽑아내는 거미와 달리 누에는 입에서 하얀 실을 뽑아내어 집(고치)을 짓는다. 그 하얀 고치 속에 들어앉은 것은 번데기이다. 번데기... 과자가 흔치 않던 시절에 뜨끈하게 데워지고 있는 솥을 걸고 다니는 리어카에서 신문지나 폐지로 만든 종이 고깔에 담아 팔던, 하나씩 입에 넣던 그 것. 요즘 아이들은 징그러운 모양새 때문에 안 먹을 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고치를 뚫고 나온 나방이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는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본문 뒤에 '곤충 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에서는 누에가 어떤 곤충, 양잠의 역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 주는 정보페이지가 추가되어 있다. 누에의 일생을 그림을 곁들어 설명해 놓기도 하였고, 누에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도 알려준다. 마지막 쪽에 누에 박물관 및 체험관 정보도 담아 놓았다. (앞 속지의) 작가 및 그린이 약력을 적은 글 아래쪽에 적힌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에를 기르며 관찰한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관찰일기 양식을 다운받을 수 있다.

-  즐거운 관찰 활동을 도와주는 관찰일기 양식 다운로드: www.inbumo.com

 

 누에는 4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알에서 유충, 그리고 성충으로의 변화를 모두 보여준다고 한다. 작디작은 알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조금씩 자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는 과정을 관찰하다 보면 알 하나하나마다 깃든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생명의 경이로움을 절로 깨달을 것 같다. 이 책을 본 아이의 반응은 당연히 "키우고 싶어요!!"였는데, 다른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누에가 환경이 더러우면 잘 자라지 못하는 곤충이라고 했는데, 책의 그림을 보면 누에들이 뽕잎을 먹고 나서 배출한 초록똥으로 주변이 지저분해 보인다. 누에가 배출한 오물들을 치워야 하는지- 새 잎을 줄 때 한 번씩 청소를 해주는지- 그냥 두는지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없어서 궁금증이 인다.  (별점은 4.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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