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홉살.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면 무엇을 알까 싶은데, 작가는 이미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라고 한다. 하긴 요즘 아이들을 보면 그 나이 정도면 어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아홉 살의 내 모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저울질 해 보았다. 70년대 중반의 내 아홉살의 삶을 되짚어 보았지만 평화롭고 즐거웠던 기억들만이 떠오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여민도 성장한 후에 자신의 아홉살을 되돌아 본다면 그 때 느꼈던 불행과 슬픔은 퇴색되고 윤색되어 있으리라...

나온지 제법 오래된(?) 책인지라 젊었는데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느낌표 도서로 선정되었다길래 구입해서 다시 읽어 보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인 아홉살에 접어든 사내아이이다. 채석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잉크공장에서 사고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어버린 엄마,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여민'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아이이다. 살고 있는 동네의 사람들이 다 그러하니 그다지 표가 나지 않지만 학교에서는 그렇질 못하다. 그가 싸가지고 오는 도시락이 그의 가난을 드러내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민이는 도시락을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숲에서 군대 말투를 쓰는 기종이와 함께 먹어버린다. 그의 또다른 친구인 검은 제비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죽자 돈을 벌기 위해 취직을 하면서 열 두살에 벌써 건강한 살빛과 눈빛을 잃어 버리고 만다.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나 자신이 살아 오면서, 여러 책을 읽으면서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그래도 주인공 여민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나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가정을 받쳐 주고 이끌어 나가는 아버지와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주는 어머니가 계시니까 말이다. 기종이나 검은 제비의 인생에 비한다면 험난한 세상의 풍파를 조금이나마 비껴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가슴을 짓누르는- 부분은 누나와 단 둘이서 사는 기종이가 학교 선생에게 체벌을 받는 장면이었다. 아니 그것은 체벌이라기 보다는 폭행에 가까웠다. 숙제를 해 오지 않았다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무자비 하게 때릴 수 있는지... 돌봐 줄 부모가 없는 아이에 대한 배려도 할 줄 모르는 선생이었다. 촌지를 내밀 수 있는 부잣집 아이들만이 관심 대상인, 월급기계나 다름없는 선생 밑에서 과연 아이들이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나 할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