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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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그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 행복한 청소부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청소부라는 직업은 그다지 존경 받을만한 직업은 아니지만 그 자신이 그 일에 만족감을 느낀다면 무엇을 닦든 간에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한 삶이라면 청소부는 이미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이어나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닦던 표지판이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이름임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물론 새롭게 알게 된 작가의 책들을 읽고, 음악가의 음악을 들으러 다니면서도 표지판 닦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술은 사람의 영혼과 가슴을 충만하게 해주는 것! 청소부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것들을 표지판을 닦기 위해 세워 놓은 사다리 위에 혼자 중얼거리면서 더욱 깊이 되새긴다.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이 청소부의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사다리 위에서의 강의로 유명해져서 대학교수 자리를 제의 받았을 때 그는 자신에게 삶의 기쁨과 행복을 준 청소부라는 자리를 버리지 않는 겸허함을 보여 주었다. 물론 그가 삶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훌륭한 대학 교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여기 저기에 끌려 다니며 강연을 하다 보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강의로 채워지기 보다는 시간을 메우기에 급급하게 되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보았다.

내가 ‘행복한 청소부’와 ‘도서관’이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그들 둘은 혼자만의 삶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그 여유를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부류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가정을 가진 남자나 여자가 가족을 등한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지적 욕구를 채워나가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현재로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에 충실하고, ‘행복한 삶’에 대해 조금씩 언급할 따름이지만 좀 더 성장한 후에 이 책을 다시 보여주면서 너무 늦기 전에 좀 더 많은 것들을-아, 이 세상에는 내가 죽을 때가지도 알지 못하고, 놓치고 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접하고 경험하기를 권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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