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리차드 휠러 / 홍익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주인공인 제드는 인디언들에게 친선을 제의할, 정부에서 파견한 평화사절와 동행한 군인인데 갑자기 닥친 전염병때문에 일행을 모두 잃고 자신마저 사경을 헤매게 된다. 그에게는 부하가 죽어가면서 남긴 마지막 말들을 적은 유언장들이 든 푸른 가방,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인 수잔나만이 살아나야 할 유일한 목표이다. 그러나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은 제드와 수잔나의 사랑의 약속이 아니었다. 지상을 떠나는 부하들의 마지막 유언을 그들의 가족들에게 꼭 전하겠다는, 고결하고도 간절한, 절박하리만치 슬픈 약속이었던 것이다. 제드는 그걸 지켜야 할 의무를 결코 져버리려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허무한 결말과 사랑보다 의무를 중시했던 주인공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제목 밑에 '남자에게는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지만 여자의 삶은 사랑에 의해 지배된다'는 식의 소개 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를 찾기 위해 험난하고 위험한 뱃길을 마다하지 않고 계곡과 들판을 헤매이던 수잔나가 제드와 엇갈렸을 때 이렇게 자책하는 장면을 보라! '기다리고 있어야 했어. 나는 리븐윌스의 고향 집 창가에서 다소곳이 서서 그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어야 했어.... 기다림으로써 사랑을 키워갔고, 그렇게 함으로서 여자의 행복을 맛보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여자는 다소곳이 남자가 와서 손을 내밀기를 기다려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가 작가가 그런 시대를 살아간 남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이런 글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리라고 생각지 않으리라. 여성도 당당히 자신의 사랑을 찾아 나설 권리가 있고, 남자도 사랑을 의무 뒤쪽에 세워서는 안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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