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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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는 아름다운 외모에 천사같은 마음씨를 가져서 결국은 왕자와 결혼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백설공주와 대비되는 이름으로 지어졌으리라. 제목이나 책소개글도 눈길을 끌고, 이전의 동화들을 여성의 진취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각색했다 하여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실망했다. '흑설공주'에서는 계모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시각으로 글을 풀어 나갔을 뿐이고, '막내 인어 공주'에서는 왕자는 인어공주의 '외모'에 반해서 사랑에 빠진 것이 분명했다. 비록 에스투아리아 공주가 먼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가 볼품없었기 때문에 왕자는 너무나도 홀가분하게 양 국간의 약속을 져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개구리 공주'에서는 왕자에게 반한 개구리가 사람으로 변했지만 결국 자신의 본성-파리를 잡아 먹거나 팔딱거리는 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왕궁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는 다시 개구리로 돌아간다는 줄거리이다. 개구리는 요정의 마법과 왕자와의 키스(그것도 잠든 틈을 이용한 도둑키스였다!)를 통해 사람으로 변했지만 자신을 도와 준 사슴과 요정과의 약속때문에 백성의 원성과 대신들의 추궁을 받는다. 대신 그녀가 얻은 것이라고는 왕자의 사랑뿐이었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졌을 뿐이다. 결국 개구리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채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을 뿐이니 이 이야기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싶다.

'질과 콩나무'에서도 질이 인간세계의 절망적인 미래에 대해 말하는 난장이에게 한 행동이라곤 그를 밀쳐 넘어뜨린 것과 보석을 훔쳐간 것뿐이었다. 그 것을 제 값도 받지 못하고 팔아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니 이 이야기가 과연 두려움을 극복한 여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 편인 '퀘스타 공주'에서 공주는 마침내 왕위에 올라 훌륭하게 통지하게 되었다지만 그 이전의 시절은 다른 명작동화의 여자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내를 잃고 폭군으로 변한 아버지에게 천대받고, 두 번의 결혼으로 만난 남편에게 순종하고 고통받으며 눈물로 지새우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녀에게 구원의 천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과연 공주가 자신의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삶을 떨져 버릴수나 있었을까? 결국 여자는 다른 사람의 인도를 통해서만 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 책은 '여자와 남자가 평등한 페미니즘 동화'라기 보다는 차라리 '남녀의 역할을 적당히 바꾸어 놓은 페러디 동화'라고 지칭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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