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린이용) 생각하는 숲 1
셸 실버스타인 지음 / 시공주니어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속의 글자수만 보자면 유아그림책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기에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소년의 일생이 담긴 이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 다음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된 내가 다시 이 책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여러 의미들, 내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아이들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위해 이 책을 구입하긴 했지만 아이는 책의 내용만 훓텄을 뿐,그 속에 녹아 있는 '아낌없이 주는 것'과 '한없는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알아 보지 못했습니다. 벌써부터 그런 것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이 오히려 잘못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한 번 읽고말 책이 아닙니다.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잖아요. 여덟살 때 이 책을 본 느낌과 열 두살에 이 책을 다시 보았을 때의 느낌, 그리고 스무살에 볼 때와 마흔 살에 볼 때의 느낌은 매 번 다르겠지요.

나무는 아이가 자라서 청년이 되고 중년의 나이를 지나 노인으로 늙어갈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그와 놀아주고,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지요. 그리고 늙어버린 밑둥이 되어서까지도 한결같은 애정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바로 내리사랑으로 모든 것을 내어 주시는 우리들의 부모님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부모님들께는 영원히 아들, 딸일 뿐인 우리 자신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소년은 늙은 할아버지가 되었어도 나무에게 그저 '소년'일 뿐이듯이 말이죠...

예전에 책을 읽었던 기억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데, 배가 필요하다는 아이에게 자신의 몸을 다 내어주고 밑둥이만 남은 나무가 행복하면서도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내주면서도 나무는 오로지 행복하다고만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면서 나무가 정말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준 부모님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성해서 곁을 떠나버린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슬픔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이 책을 다시 보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희들의 지주가 되어 주었던 저와 아이 아빠를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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