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가지 생물들의 특징을 잘 꼬집어서, 그들이 어찌하여 그런 외모를 지니게 되었는가를 들려 주는 옛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아이에게 책 속에 담긴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더나아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하여 그런 특징-예컨데 코끼리 코가 길어진 것, 까치 뺨에 생긴 멍자국 등-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비록 동물들이 생존 환경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진화'를 한 것이라는 과학적인 설명은 아니지만 상상하는 즐거움과이야기하는 즐거움은 한껏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용을 살펴 보면, 첫번째 이야기에는 여러 바다 생물들이 등장한다. 멸치의 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멸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나이가 칠백살이나 된다고 한다. 이만하면 천 년 묵은 여우만큼은 안 되어도, 바다에서 터줏대감 노릇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에도 깐깐하게 생긴 멸치가 기묘한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 대한 풀이가 궁금해서 병어 훈장, 꼴뚜기 생원, 메기 이방을 부른다.
눈 앞에 맛있는 음식이 잔뜩 놓여 있지만 초대받은 손님들은 멸치의 꿈을 풀이하지 못해 음식에 손도 대지 못한다.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괴로움이야 아이들도 충분히 알 것이니, 뒷 이야기를 읽어 나가기 전에 함께 꿈 해몽을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고로 꿈은 해몽하기 나름 아닌가~
멸치네 머슴인 가자미는 서해 바다에 사는 망둥이를 해몽가로 모셔 오는데, 한껏 거만을 떠는 망둥이는 멸치의 꿈이 용이 될 꿈이라는 거창한 해몽을 해주고는 상에 차려진 산해진미를 혼자서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먼 곳에서 망둥이를 데려 오느라 입에 거품이 날 지경이었던 가자미는 멸치에게 꾸중까지 들은 터라 그만 심술이 나서 '낚시에 걸리는 재수 없는 꿈'이라는 대단히 위협적힌 꿈해몽을 해버린다.
머리 속으로 이 장면을 상상해 보니, 갑자기 찬바람이 휭~ 지나간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결국 멸치로부터 뺨을 얻어 맞은 가자미는 눈이 한쪽으로 몰려 버리고, 메기는 그 모양을 보고 웃다가 입이 찢어져 버렸단다. 병어와 망둥이도 그여파를 피할 수 없었으니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메뚜기의 허풍'은 메뚜기가 어찌하여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가 되었는지, 개미 허리는 가늘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촉새는 어떤 연유로 그렇게 부리가 뾰족해져 버렸는지를 재미있게 엮은 이야기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저학년을 위한 옛이야기 책을 가끔 보게 되는데 위의 두 이야기 이외에도 동물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가 더 있다. 책을 읽어 주면서 이야기 속에서 동물들의 특징을 참 잘 잡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이나 도감(가능하면 실물도~)을 통해 책 속에 언급된 생물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