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엔 새가 없다 1
프레드릭 플래취 지음 / 홍익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는 딸의 입장을 따로따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무려 20여년에 걸쳐 힘든 생활을 해야만 했던 리키나 그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면서 자신의 딸의 정신병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리키의 진정한 병명앞에서는 나 역시 절망하고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관료적이고 이기적인 의사들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날 아침 갑자기 사라진 딸 아이를 찾아 나선 아버지는 수녀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리키를 발견하다. 멍한 얼굴로 교실 천정 모서리를 쳐다보고만 있는 딸을 그저 사춘기 시절에 나타나는 우울증 정도로만 알았던 부부에게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내 놓는다. 리키의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을 허락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는 다름 아닌 정신과 의사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정신을 치료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딸은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남편을 비난하다가 결국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입장은 수긍이 가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한 이혼보다는 자식의 아픔을, 그것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참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결국 리키는 부모의 이혼 앞에서 더욱 큰 좌절과 상실을 경험한다.

너무 가슴이 아팠던 것은 리키가 스스로 자신의 몸 여기저기에 담배불을 지지고, 자신의 손목을 긋고, 음독 자살을 하는 등의 학대를 하는 부분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점점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그녀의 상태를 보면서 병원에 입원하기보다는 가정에서 좀 더 사랑을 가지고 치료했더라면 하는 바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리키를 무력하게 병원으로 보내고 난 후 심적인 고통을 겪는 아버지의 절박한 심정도 가슴을 아리게 했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는 자신이 환자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직접 겪으면서 그제서야 환자와 그 가족들을 아픔과 고통을 알아간다.

무엇보다 심리치료, 약물치료, 전기치료 등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치료요법은 차라리 고문처럼 느껴졌다. 어린 소녀였던 리키가 받았을 고통에 내 마음마저 아팠고, 우리 아이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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