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깊은 슬픔과 외딴 방으로 기억되는 그녀의 단편, 중편소설을 담은 딸기밭을 읽었다. 어제 오늘, 딸이 정신병으로 입원하게 된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천국엔 새가 없다'란 소설과 딸기밭의 첫 단편인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를 읽었다. 두 이야기 모두 자식을 둔 엄마인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었다. 자식을 온전히 키워내지 못한 부모의 심정은 어찌 그리도 비슷한지.. '지금 우리 곁에...'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서 칠개월 만에 떠나보게 된 여자와 남편이 등장한다. 여자는 아기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내내 산으로 떠돈다. 산에만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남편은 아내가 보기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싶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두 사람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데, 어느 날 두 사람은 제각각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 곁에 잠시 머무르다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찌보면 섬뜩한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두 사람은 다시금 사랑을 나누고 새로운 생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뒷편의 '딸기밭'이나 '그가 모르는 장소', '어떤 여자' 등도 재미있게 읽어나갔는데, '작별인사'만큼은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누가 화자인지도 헷갈리고, 이름이 아닌 알파벳 약자로 칭하다보니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싶게 자꾸 앞 쪽으로 책장을 넘겨 확인을 하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얼마간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읽어나가 버린 후에 줄거리를 되새김질해야 했다. 그리고 딸기밭의 사고로 죽은 '유'와 옆 집에 살던 주인공 여자의 이야기도 처음에는 조금 헷갈려서 한 두 페이지 읽다가 다시 앞부분부터 다시 읽었다. 아이엄마가 된 후로 쉬운 소설들만 읽느라 평이한 문체에 길들여져 버린 내 탓이 크다 하겠다. 오랫만에 신경숙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접해서인지 내내 그녀의 이야기들의 등장한,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