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닝햄이라는 작가는 아이들의 동화책속에 어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기로 마음먹은 사람같다. 그의 책은 편안하게 읽어서는 안 될 것같은, 무엇인가를 꼭 발견해야만 하는 의무감을 가지고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책은 작가의 의도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책 내용을 언뜻 보았을 때는 엄마의 심부름을 통해 하나, 둘, 셋 같은 수 개념을 가르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 역시 '지각대장 존'처럼 어른들은 상상도 못하고 믿지않을 일이 아이들에게는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엄마의 심부름으로 가게에 물건을 사러가게 된 스티브는 울타리, 공사중인 길, 사나운 개가 사는 집 등을 지나 가게로 간다.엄마가 이야기한 것을 모두 산 스티브는 가게에서 나오자 마자 곰, 원숭이. 캥거루 등을 줄줄이 만나게 된다. 동물들은 하나같이 스티브에게 장바구니에 든 무엇인가를 달라고 하며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다. 그러나 모두들 스티브가 말한대로 당하게 될 뿐이다.존 버닝햄은 이 부분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되었다는 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는 이렇게 했는데...'라는 말 뒤에는 그림이 있을 뿐이다. 그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거나 상상하는 것은 독자들의 책임으로 밀어 놓았다. 이런 특징들이야 말로 작가의 책이 아이들이 좋아하고, 좋은 책이라고 추천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무사히 집에 돌아온 스티브를 맞이한 엄마는 왜 이렇게 늦였냐고 야단을 치시는데, 스티브가 겪은 일을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도 과연 믿어줄지는 의문스럽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듯하다. 황당한 일을 겪은 스티브가 엄마에게 어떻게 말했는가 하는 것조차 책을 읽는 이의 상상에 맡겨두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