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것은 내가 대학생일 무렵이니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일 것이다. 저자가 책을 내놓은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아직까지 읽히는 것은 이 책이 지닌 대립적인 세계관과 독특한 등장인물 설정때문일 거이다.

난쟁이와 앉은뱅이, 고아, 공장노동자, 빈민가의 아이들.. 이 책을 통해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다. 그들이 70년대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까? 어쩌면 소설책 속에나 등장하는 허구, 꾸며낸 이야기쯤으로 생각하지나 않을까?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슬픔을 자아내게 하고 울분을 느끼게 하고, 아픔을 안겨준다.

택지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삶의 터전에서 쫒겨난 철거민들의 이야기는 나도 자라면서 가끔 텔레비젼을 통해 접했다. 그들은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살던 곳에서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쫒겨나야 했다.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비라고 해봐야 방 한 칸 구하기도 힘든 돈. 부모님이 파신 패찰을 되찾기 위해 그 패찰을 산 남자를 따라가 몸을 바치고, 마침내 약을 먹이고 찾아 온 영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려왔다.

그 후 난쟁이 아저씨의 자식들이 취직한 공장에 관한 이야기는 노동자의 인권에 관련된 것들이다. 존다고 바늘에 찔려가며 야근을 해야 하고, 최저 임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난쟁이 아저씨의 아들과 딸. 노동자들의 삶을 나 자신은 겪어 보진 못했지만 우리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 그 고충을 조금은 알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 구도가 조금 특이한 탓에 읽은 이가 혼란을 느끼는 부분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시간적인 순서대로, 그리고 한 사람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 같다. 대학교 다니면서 읽었지만 몇 년전에 다시 읽었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사주의 아들이 뱉어내는 이야기에 울분을 느끼면서 책장을 덮었다. 하지만 나 역시 약자의 입장이 되기 보다는 강자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된 소중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