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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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희망'을 버리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까?

도서에 대한 평가 : 책내용 책상태
한 삼수생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둡기만 하고 어느 것 하나 좋게 끝나는 것이 없다. 그가 살고 있는 나성여관은 점점 퇴락의 길을 걷고 사람들도 허물어져 간다. 나성여관의 주인이자 돈을 움켜쥐고 사람들을 흔들어 대는 엄마, 그런 엄마의 그늘에 가려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는 아버지. 자식 셋이 모두 부모 마음대로 되주질 않는다.
머리가 좋아 공부 잘하고 대학까지 갔던 형은 데모한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내놓은 자식이 되어 버렸고, 아름다운 것만을 추구하던 누나는 안락하고 호화로운 삶을 찾아 떠나 버렸다. 막내인 우연이 마저 삼수생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어 버렸지만 차마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다. 어느날 미이라 같이 생긴 사람과 함께 나타났던 형은 미이라가 발작을 일으켜 나성여관의 문짝을 부수던 날 결국 완전히 집을 나가버린다.
지독한 고문으로 인성마저 망가져 버린 미이라같은 형의 선배이야기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망쳐놓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캄캄한 관(칠성판) 속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운 사람이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밀실공포증이 극대화 되어 버려 잘 때조차 무릎을 펴서 편하게 누워잘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의 심정,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문형사 '이근안'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권력의 비호 아래 자행된 고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망가졌을까? 이제는 그런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과연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나성여관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이 함계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평양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딸이 죽으면서 정신연령 미달의 손자까지 데려와 살게 된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고픈 열망에 눈이 어두워 그만 전여행사 직원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한 할아버지는 나중에 행려병자로 돌아가시고 만다. 자신의 고향과 재물에 미련을 두고 평생을 살아 온 할아버지는 기어코 휴전선을 향해 떠나버린 것이다. 하늘나라에서나마 고향땅을 밟아보셨기를 바랄뿐이다.

색깔에 뛰어난 감각을 지녔으며 아름다운 것만을 사랑하던 아름다운 누이는 집을 뛰쳐나가 돈많은 유뷰남과의 생활을 반복하다가 결국 술집으로 흘러 들어간다. 마약에 찌든 누나의 모습을 보며 우연은 삶의 등불을 잃어버린 것처럼 절망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결국 누이는 그런 삶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점점 아름다움을 잃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그리고 나성여관에 찾아 든 또 한 사람, 공사판을 찾아 돌아다니는 찌르레기 아저씨. 주인공은 찌르레기 아저씨의 노트를 본 후로는 불안하기만 한 삶을 지탱해 나간다. 노트에 언급된 찌르레기 아저씨의 삶 또한 우리에게 절망의 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한 건의 살인 미수사건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들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인간에게 희망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은 인간의 삶의 원동력으로 영원히 우리를 지켜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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