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왜 유독 여자는 결혼하는 남자에 의해 삶의 질이 결정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안진진이라는 한 여자가 토로해 낸 자신의 주위의 사람들-부모님, 동생, 이모네 식구들, 자신의 결혼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먼저 와 닿았던 것은 그런 의문이었다. 실제로 나의 엄마와 4명의 이모들을 보더라도 누구와 결혼하였는가에 따라서 그네들의 삶의 질과 행복과 불행의 깊이는 달랐다.

학교 졸업할 때까지 찰떡같이 붙어다녔던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삶이 결혼과 동시에 그렇게 다른 길로 갈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결혼 대상-남편에 의해서였다. 사랑이 자신을 가두는 감옥처럼 여겨져 부랑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남편을 둔 엄마는 내내 불행을 짊어지고 살아야만 했다. 반면에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을 둔 이모는 내내 평안한 행복을 누려왔다. 그런 두 사람을 엄마와 이모로 둔 안진진이 자신의 인생에 온 생애를 다 걸기로 한 다짐의 실천으로 결혼을 선택하였다.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남자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김장우를 사랑하지만 나영규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안진진의 선택의 기준은 엄마와 이모였다. 심심한 남편과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과 잘난 자식들을 둔,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자살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모의 '무덤속 같은 평온한 삶'과는 달리 남편은 부랑자요, 아들은 감옥에서 콩밥먹는 신세에 시장에서 아둥바둥거리며 살아가는 엄마. 모든 사람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엄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한 것으로 보였고 그렇게 살고 싶어했다. 결국 안진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이라는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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