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백혈병의 재발로 2년을 넘게 병원을 들락거리는 다움이와 오직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아빠의 이야기. 계속된 치료로 기력이 쇠진한 아이의 소원은 언제 죽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마취도 하지 않고 생으로 큰 주사바늘을 몸에 꽂은채 골수를 체쥐하면서 아이가 겨우 내뱉은 말-이만큼 아팠으면 죽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한창 뛰어노는 재미에 빠져 있을 나이에 사는게 너무 고통스러워서였으리라.. 아이는 독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로 지옥같은 고통을 겪으며 지쳐가고 아빠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가슴이 무너내린다.

시인이면서도 시를 쓰지 못하는 다움이의 아빠. 아이의 치료비가 없어 자존심을 접어가면서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려 하지만 결국 젊은 시절 굶어가면서 모은 시집을 팔아 병원비를 마련한다. 적합한 골수조차 찾을 수 없어 죽을 날만을 받아놓은 아이의 아빠에게는 이미 시나 미래나 목적을 잃은지 오래인 것이다.

다움이는 아빠의 귀를 만지길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늘 아빠의 등에 엎혀서 컸기 때문일 것이다. 같이 살았을 때조차 사랑해주기보다는 귀찮아하던 엄마는 아이에게 먼 타인일뿐이다. 그림이라는 자신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 남편과 아이의 곁을 떠난 아이의 엄마가 단지 아이가 조각에 소질이 있다는 이유로 아이의 양육을 맡겠다고 한다. 애가 이지경인데 당신은 뭘햇느냐고 따지는 아내에게 자신의 고충과 고통은 내색도 하지 않는 아이 아빠가 오히려 답답하게만 여겨졌다.

뒤늦게 잘난 아내의 능력 덕분에 아이는 적합한 골수를 찾아 새로운 삶의 길로 돌아섰는데 아이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려했던 아빠는 간암으로 죽음의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스러져가는 자신의 육제중에서 마지막으로 내놓을 수 있는 각막을 팔아 아이의 이식비를 마련한다. 그것이 아이에게 자신이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이기에.. 아이를 떠나보내며 자신을 잊으라고 당부하는 아빠, 그러나 아이의 가슴 속에 살아 있으며 영원히 동행하리라는 아빠의 마음을 아이는 알른지..

친정아버지가 간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신 병원(국립암센터)을 찾던 날 병원 현관 입구에서 본, 휠체어에 앉아 있던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항암제 치료를 휴유증인지 머리카락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작고 갸날픈 아이가 구토를 하는지 몸을 꺽고, 아이의 엄마가 휠체어 옆에 앉아 손수건을 입에 대주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면서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우리 아이들이 큰 병치레없이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서 너무 고맙다는 것이었다. 고작해야 신물만을 뱉어내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 엄마가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다움이의 아빠처럼 그저 병이 나아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약물치료로 힘들어하시는 우리 아버지. 자신도 힘드실터인데 아이들 돌보느라 지친 내 모습을 보며 속상해 하신다. 나도 자식을 낳은 엄마가 되엇지만 부모의 마음을 완전히 아는 날은 언제쯤일까? 우리집에 있는 책들 중에 정말 가슴 아프게 읽었고, 그래서 더 아껴서 가끔씩 보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 역시 그중에 하나다. 다시 읽을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작가의 표현처럼 얼음주머니를 코 끝에 댄 것처럼 싸한 감정이 쏟구치곤 한다. 책장을 덮으며 이 세상 모든 이가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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