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시드니 셀던 지음 / 영림카디널 / 1994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에 있는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다시 보아도 그 재미와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책이다. 남자의사들이 대부분인 병원에서 세 여의사들이 겪는 편견과 어려움, 생명을 소생시켰을 때의 벅찬 감동과 기쁨을 시드니 셀던의 글솜씨에 잘 녹아있다.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간호사로 취급받거나, 덜떨어진 의사로 간주하여 진료를 거부하고, 동료 남자의사들로부터 성적인 추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는 두 여의사와 남자들을 이용하는 한 여의사의 관한 이야기는 내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프리카 등의 오지에서 진료활동을 한 아버지의 길을 따라 의사가 된 닥터 페이지는 함께 자라면서 연인이 된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불행을 겪지만 그 후 건축가인 제이슨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페이지가 안락사와 관련된 재판을 겪는 내내 큰 힘이 되어 준다. 닥터 케트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철부지 동생때문에 마피아와 관련된 사람을 치료하는 등의 어두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단지 내기에 이기기 위해 접근한 동료의사를 사랑하게 되지만 물욕에 어두운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여의사중 가장 특이한 인물인 닥터 하니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뛰어난 가문의 후광에 떠밀려 의사가 된 사람이다. 그것도 공부가 아닌 설탕가루나 시럽같은 조그만 소품으로 남자들(학생, 선생, 교수, 의사. 병원장 등)을 이용하여 의사의 지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실제로는 환자를 따스하게 감싸줄 줄 아는 그녀의 착한 심성때문이리라.

제각기 다른 세 여의사가 엮어가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나면 한 편의 영화에 푹 빠져있다가 나온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끝부분에서 유명한 의사이자, 닥터 페이지를 괴롭혀 온 로렌스 바커가 병정에 등장하여 페이지를 법정에서 구해내는 부분이 가장 감명깊었고,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비록 영원한 것이 없다해도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들의 사명감만은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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