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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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양장이라- 표지가 딱딱하고 두꺼운 양장본이 아니라-서 책의 무게도 가볍고, 얇아서 아이가 혼자 뽑아 보기도 쉽습니다. 한 손으로 들고 갈 수 있고, 표지가 얇으니 떨어뜨려도 울음을 터트릴만큼 단단하지 않지요. 가끔 아이가 표지가 두꺼운 양장본 동화책을 뽑다가 딱딱하고 뾰죽한 모서리 부부을 발에 떨어뜨려 우는 경우가 있거든요.그리고 두께가 얇아서 책꽂이의 비중도 덜 차지합니다. 이런 것이 장점이라면 얇아서 구겨지거나 찢어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7살 정도의 아이라면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방법을 터특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연령의 아이들이 보는 책이 반양장으로 많이 만들어져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조금은 부담스러운 아이들의 책값도 낮추어 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은 무엇이든지 엄청 크게, 엄청 많이 하는 손 큰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적힌 겉표지 넘기면 어린 돼지 한 마리가 타박 타박 뛰어가고 있습니다. 돼지가 어딜 가고 있을까요? 그 뒷장에는 다른 동물들이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둘러 가는 곳은 바로 숲 속 동물 모두 배불리 먹고, 싸주고도 남아 냉장고에 그득차게 만두를 만드는 손 큰 할머니 집입니다.

만두소를 만들 김치와 숙주나물, 두부와 고기를 정말 엄청나게 꺼내 놓고는, 만두소를 버무리기 위해 헛간 지붕으로 쓰는 함지박을 끌어옵니다. 둥근 언덕만큼 쌓인 만두소를 보니 정말 숲 속 동물들 모두가 일년 내내 배불리 먹어도 남을만한 만두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저 멀리 소나무숲까지 다다른 밀가루 반죽을 보시며 늙어서 힘이 달려서 예전만큼 만들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을 하시네요.

한편 뒤늦게 온 어른동물들은 엄청난 만두소를 보고 입이 쩍 벌어지는데 어린 동물들은 만두를 빚고 싶은 마음에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설이나 추석때 동그랑땡이나 만두 등을 빚을 때면 그 일감에 몰래 한숨 쉬는 저와는 달리 아이들은 같이 만들고 싶어서 안달입니다. 바로 숲속 어린 동물들처럼요..집에서 수제비라도 만드는 날에는 밀가루 반죽으로 이런 저런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재미가 있는지 배고픈줄 모르고 마냥 주무르고만 있기도 하지요.

숲속 동물들도 만두 빚는 일이 재미있지만 이틀 사흘이 지나자 투덜거리기 시작하고, 결국 할머니의 호령에 따라 만두를 점점 더 크게 빚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할머니는 바닥이 보일 기미가 없는 만두소를 모두 넣은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들기로 한답니다. 싸리비만한 돗바늘로 만두입을 터지지 않게 꿰매서 엄청나게 큰 가마솥에 넣고 끓이지요. 그뭄날이 지나고 설날 아침이 되어 모두들 둘러 앉아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먹고 나이를 한 살 먹습니다.

이 책은 내용도 재미있지만 그림을 살펴보는 재미가 더 각별합니다. 요리에 필요한 여러가지 가재도구들도 볼 수 있고, 나무로 불을 때는 아궁이, 가마솥 등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것들도 나오지요. 그림들에 담긴 동물들의 갖가지 표정도 눈여겨 보고, 동물들이 만드는 만두모양도 살펴보세요. 이 책의 그림들 중에서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불빛과 가마솥 안의 만두와 함께 푹 익어 가던, 섣달 그믐날 밤의 아스라한 어둠이 제게도 아늑함과 그리움을 안겨주더군요. 뒷 장을 넘기면 만두에서 포르르 풍겨나오는 노르스름한 김이 절로 군침이 넘어가게 합니다. 너도 나도 달려들어 만두를 먹는 동물들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이 가지요.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이야기와 그림을 보고나면 저나 아이들의 배도 그득한 느낌이 절로 듭니다. 책을 보고 난 후에 만두를 쪄 먹으면서 아이와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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