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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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는 30대 중반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야 읽게 된 것이 무척 아쉽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20대 젊은이로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생각을 10여년전의 나를 뒤돌아보면서 다가가기보다는 같은 20대로서 느끼는 것이 훨씬 더 현실감있게 다가올 것 같아서이다. 사실 책이 처음 출간 시기에 나역시 대학생이었으니까 그다지 시대적 배경 자체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와타나베의 일상에서 등장하는 소설이나, 음악, 생활방식등은 그다지 낮설지 않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을 20대로 돌려 놓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레이코 여사가 죽은 나오코를 위해 연주하는 음악이나 가수들의 이름은70,80년대에 나 자신이 즐겨 들었던 것들이기도 하다.(음악제목을 영어로 표기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책의 원제이기도 한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의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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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화자인 '나'는 일상 생활 차원에서 우익이든 좌익이든, 위선이든 위악이든 대수로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몇 년전에 자살한 기즈키라는 친구에 대한 기억과 친구의 오랜 연인인 나오코를 사랑하지만 결코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학업도 적당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기숙사 선배인 사람과 어울려 적당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편지를 통해 친구의 연인이었던 나오코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 나가고, 학교 후배인 미도리에게는 편안한 친구로서 대해 준다. 그것이 그를 여자의 육체나 탐하는 남자로 매도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한편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나오코는 어릴 때 언니가 자살한 모습을 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아가씨이다. 거기다가 남자 친구까지 자살하고 말았으니 그녀의 정신에 이상이 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다남자친구에게는 한 번도 열린 적인 없던 매마른 그녀의 육체가 와타나베를 통해 단 한번 열린 적이 있다.성관계를 통해 오랫동안 그녀의 그의 말투를'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같다고 말하는 미도리는 그를 남자친구보다 더 편한 존재로 대한다. 그래서 별별 이상하고 야릇한 상상까지도 서슴없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특이한 개성이 지닌 이 인물들이 엮어가는 사랑과 가치관과 생활방식들, 그리고 무라마키 하루키의 문체가 읽는 이로 하려금 책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아이 엄마로서 하루만에 읽어내기에는 좀 두꺼운 책이었지만 끝까지 읽고 난 후에 남는 여운은 오래가리라는 느낌이 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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