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인간
존 러소 / 미래사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내 아이가 천재는 아니라도 영재쯤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고, 이 책에 나오는 샤나'라는 여자아이의 엄마의 마음에 공감을 가지긴 했지만 원격조정당하는 천재보다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평범한 아이가 더 행복하다고 결론지었다.

요즘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조기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잘하게 해주려는 엄마와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하는 아빠의 입장을 보면서 과연 어떤 방식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잘 키우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이미 식었고 아이를 위해서 살던 두 부부는 결국 이혼하고, 나중에 아이 아빠가 샤나를 납치하는데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는가 보다.

헤피앤딩으로 끝나는 책들을 많이 읽은 탓인지 이 책의 끔찍한 결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간질환자나 뇌질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천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멀쩡한 아이에게 약을 먹여 병을 유발시키는 행태를 보면서 혐오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들의 프로젝트는 그들이 만들어 낸, 그들에 의해 인격이 말살되고 본성이 비뚤어진 한 컴퓨터 해커에게 발견되고 이로 인해 살인이 계속된다. 자식이 잘나기를,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하는 집단은 자기 자식마저도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진 천재인 것을 알게 되고 꼭두각시로 살아가기를 거부한 한 젊은이는 공포를 창조하고, 그 댓가를 지르게 한다. 마침내 조그만 여자아이마저 살인자로 만들고 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이의 아버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미련없이 뇌의 전두엽을 제거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찬란한 업적만이 위대할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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